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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형은 못 받고 동생은 혜택…못 믿을 국가장학금 '기준'

부모 같은데도 소득산정 달라 / 형은 못 받고 동생은 혜택받아 / 학기별 차이도… 제도 개선 필요

대학생 A씨는 지난해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가구소득에 따라 장학금을 받는 국가장학금 Ⅰ유형을 신청했는데, 고소득층(소득 9∼10분위)으로 분류돼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이다. 더욱 억울한 점은 집안 형편이 자신과 엇비슷한 동생은 저소득층(소득 1∼2분위)으로 산정돼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산정 방식이 들쑥날쑥해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같은 부모를 둔 형제자매인데도 소득분위 산정 결과가 작게는 1·2구간, 많게는 9구간까지 벌어졌다. 가구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도 1학기엔 장학금을 받았다가 2학기 때는 못받은 경우도 허다했다.

29일 한국장학재단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2016년 1·2학기 동일가구원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가 같은 데도 소득분위가 다르게 산정된 경우가 전체(27만4266건)의 14.3%(3만9354건)에 달했다. 또 소득분위가 다른 형제자매 가운데 1명만 장학금을 받은 경우는 4162건(10.6%)이었다.

형제자매 간 소득구간이 한 명은 1구간(저소득층), 다른 한 명은 10구간(고소득층)으로 산정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장학재단의 한 관계자는 “동일가구원이더라도 장학금 신청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소득구간이 2∼3단계는 다를 수 있다”며 “5구간 이상 다른 경우는 부모의 이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장학금은 가구원(본인과 부모) 소득과 재산 규모에 따라 10분위로 나눠 지급한다. 기초생활수급자∼소득 2분위는 100% 지급하고 소득 3∼8분위는 가구소득 규모에 따라 13∼75% 차등 지급한다. 소득 9∼10분위는 고소득층으로 분류돼 지급하지 않는다. 소득분위 경곗값은 지난해까지 신청자들에 한해 이들의 월 가구소득을 10구간으로 나누는 상대평가였다. 장학금 신청을 한 뒤에야 수혜 여부 및 규모를 알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보건복지부의 ‘기준중위소득’에 맞춰 사전 공지하고 있다.

같은 대학생의 소득분위가 학기마다 달라진 경우는 더 많았다. 1·2학기 연속으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대학생 가운데 소득분위가 달라진 경우는 2015년 49만8808명(전체의 45.0%), 2016년 50만2690명(44.3%)이었다. 소득분위 산정이 절대평가로 바뀐 2017년에도 37만4506명, 즉 34.2%의 소득분위가 바뀌었다.

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접수 건수는 총 5만3541건이었다. 이중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소득분위를 재산정한 경우는 전체의 61.8%인 3만3077건이었다. 당초 소득 9∼10구간으로 산정돼 장학금을 받지 못하다가 다시 1∼8구간으로 재분류돼 장학금을 받은 경우는 4992명이었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2016년까지 소득구간을 모집단위 기준으로 하다보니 일부 변동 사항이 있었다”며 “2017년 절대평가로 바꾸는 등 계속해 안정적인 소득분위 기준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의원은 “국가장학금 지급을 위한 소득분위 산정과 관련한 이의신청과 특이 사례 발굴, 내용 분석을 통해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는 데 오류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