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범, 범행 두 달 전 KGB 접촉”… ‘구 소련 개입’ 설득력 오즈월드, 소련 대사관에 전화해 KGB 요원과 러시아어로 대화 / 범인 살해 계획 전날 첩보 입수 / 당시 FBI 국장, 경호 강화 지시 / 안보 이유 수백건 막판 공개 보류 / 공범설 등 음모론 재점화 ‘불씨’ 입력 2017-10-27 17:24:10, 수정 2017-10-27 21:36:29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범행 2개월쯤 전에 소련 정보기관 KGB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음모설이 나돌던 케네디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 KGB와의 연결고리가 54년 만에 드러난 것이다.
◆오즈월드, 범행 두 달 전 KGB 접촉 공개된 문서들에 따르면 오즈월드는 범행 실행 이전 KGB와 접촉했다. 그는 1963년 9월28일 멕시코 주재 소련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오즈월드는 KGB 요원인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 코스티코프 영사와 러시아어로 대화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당시 오즈월드의 통화 내용을 도청했다. 오즈월드는 KGB와의 접촉으로부터 2개월이 안 된 11월2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카퍼레이드에 참석한 케네디 전 대통령을 권총으로 저격했다. CIA는 암살 사건 발생 이후 오즈월드에 대한 살해계획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밀문서에는 “존 에드거 후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오즈월드 살해 전날 밤 범행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고, 경호 강화를 지시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후 오즈월드가 병원에서 숨지기 전에 자백을 받으려고 했지만 그는 (자백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오즈월드는 케네디 전 대통령을 저격한 이틀 뒤인 11월 24일 댈러스의 나이트클럽 주인 잭 루비의 총격으로 숨졌다. 루비는 수감생활 도중 사망했다. 후버 전 국장은 오즈월드가 죽자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관련 의혹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CNN방송은 “CIA는 오즈월드를 KGB 요원으로 추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쿠바 정보당국 요원이 오즈월드의 총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이 “케네디 전 대통령의 피살은 베트남 응오딘지엠 대통령 살해에 대한 보복”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기록돼 있다.
◆음모론 잠재우기에는 미흡 CIA의 분석과 달리, FBI는 소련이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을 미국 자체의 음모로 보고 있다는 보고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후버 전 국장은 “우리 정보원에 따르면 소련 공산당 관계자들은 쿠데타 효과를 내기 위한 미국의 일부 극우주의자의 조직된 음모라고 믿고 있다”고 백악관에 보고했다. 이번 기밀문서 공개는 그간 일각에서 제기된 소련과 쿠바 개입설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것이지만, CIA 등 미 정보당국의 개입설이나 오즈월드 외 공범 소행설 등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CIA와 FBI의 요구로 일부 문서가 미공개 상태로 남게 돼 음모론이 재점화할 여지도 있다. 이번 공개가 사실상 반쪽 공개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개된 문서엔 마틴 루서 킹 목사도 자주 언급됐다. FBI 등 정보기관은 킹 목사의 사후 이후에도 그의 영향력을 우려했다. 또 다른 문서엔 인기 여배우 메릴린 먼로의 죽음과 관련한 책을 출간하려던 프랭크 카펠이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당시 법무장관과 먼로의 관계를 폭로하려 했던 내용도 있다. ◆국가안보 이유로 일부 문서는 공개 제외 앞서 미 언론은 수일 전부터 케네디 전 대통령 피살 관련 기록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늦어도 26일엔 일부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1992년 제정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기록 수집법’에 규정된 미공개 가능 시한이 이날이었기 때문이다. 기밀문서 중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 수백건의 다른 문건은 이번에도 공개가 보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정보의 공개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수정편집 작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공개된 자료는 앞으로 180일 이내에 내용을 심사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에 공개되지 않은 자료의 공개 시한은 2018년 4월26일이지만, 그때도 일부 자료는 여전히 봉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