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재판 천천히" 박근혜 측, 17년 걸린 日록히드사건 참고했나? 일본 록히드 사건, 전직 총리 기소 후 17년 만에 공소기각으로 용두사미 / "재판 오래 걸려도 좋으니 천천히 진행하자"는 박근혜 변호인 속내 궁금 입력 2017-06-09 08:52:46, 수정 2017-06-10 16:27:29
일본 최강의 수사팀으로 불리는 도쿄지검 특수부는 다나카가 총리에서 물러난 뒤인 1976년 록히드 사건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다나카는 록히드 측으로부터 “일본 항공사가 우리 회사 여객기를 구입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억엔(약 50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었다. 다나카는 결국 그해 7월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
일본의 형사재판은 한국보다 오래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다나카의 경우 1심에만 무려 7년이 걸렸다. 도쿄지법은 1983년 10월에야 다나카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 실형에 추징금 5억엔을 선고했다. 야권에서 국회의원직 사퇴 요구가 제기됐으나 다나카는 “판결은 매우 유감이다. 살아 있는 한 의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겠다”며 버텼다. 비록 총리에서 물러났고 비리 혐의로 형사재판까지 받는 몸이었으나 중견 정치인으로서 다나카의 자민당 내 입지는 여전히 탄탄했다. 항소심도 4년이나 걸렸다. 도쿄고법은 1987년 7월 다나카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징역 4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나카는 여전히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에 상고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재판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천천히 진행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펴 눈길을 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이상철 변호사는 “적정한 절차와 신속한 재판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땐 적정한 절차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며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은 10년에 걸쳐 겨우 1심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가 예로 든 옴진리교 사건은 1995년 옴진리교라는 사이비종교를 믿는 이들이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 일으킨 독가스 테러를 뜻한다. 1심 선고는 2004년에야 이뤄졌고 사건 발생 후 16년이 지난 2011년에야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독가스 테러 당시 40세였던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현재 62세의 사형수로 감옥에 수감돼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0일 “한국와 일본의 형사재판 시스템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적 관심사인 대형사건 재판을 수년씩 끌어서야 되겠느냐”며 “가뜩이나 증거 기록 분량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도 많을 텐데 빠른 절차 진행을 통해 1심 구속기간 내에 신속히 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