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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선 조지보다 에릭이 낫죠”

‘전설의 뮤즈’ 패티 보이드 내한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턴 중에) 모델로서 더 훌륭했던 사람은 에릭이었죠. 에릭은 옷 차려입기를 좋아하고 또 근사하기도 해서 매일 사진을 찍었어요.”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과 천재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이 동시에 사랑했던 ‘전설의 뮤즈’ 패티 보이드(73)가 한국을 처음 찾았다. 오는 28일부터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S.FACTORY)에서 열리는 ‘패티 보이드 사진전: 록킹 러브(ROCKIN’ LOVE)’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영국 모델 출신이자 사진작가인 패티 보이드가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와이스파치오에서 열린 패티 보이드 사진전 ‘록킹 러브’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보이드는 4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리슨과 클랩턴 중에 누가 더 모델로서 훌륭했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클랩턴을 꼽았다. 그는 “늘 결혼 생활을 사진에 담았고 한번은 에릭이 너무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낚아채서 휴지통에 버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해리슨을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아마 사진을 ‘훔쳤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이 카메라를 의식해 포즈를 잡는 사람이라면 조지는 다소 무심했어요. 조지가 평온히 있을 때나 장난칠 때, 의식하지 않는 순간 사진을 많이 찍었죠.”

이번 사진전에는 세계적 음악인들의 삶과 보이드의 사랑을 다룬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친구와 연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적 팝스타들의 꾸밈없는 일상을 만나볼 수 있다.

1968년 결혼 초기 패티 보이드와 조지 해리슨.
영국 출신 모델이자 사진가인 보이드는 특히 해리슨·클랩턴과 ‘세기의 삼각관계’로 유명하다. 그는 비틀스의 자전적 영화 ‘어 하드 데이스 나이트(A Hard Day’s Night)’에 출연하며 해리슨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1965년 결혼했다. 하지만 해리슨의 바람기와 약물 문제로 1977년 이혼하고 만다. 보이드는 이어 클랩턴과 1979년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지만, 이 세기의 러브 스토리도 1989년 파국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록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가들이 탄생했다. 해리슨의 ‘섬싱’(Something), 클랩턴의 ‘레일라’(Layla), ‘원더풀 투나이트’(Wonderful Tonight)는 모두 보이드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였다.

보이드는 “조지가 ‘섬싱’을 카세트테이프로 들려주며 ‘너를 위해 썼다’고 말한 게 기억 난다”고 말했다. 이어 “에릭은 초저녁에 기타를 연주하며 많은 곡을 들려줬다”며 노래 ‘원더풀 투나이트’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외출을 앞두고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서 시간이 한참 걸렸어요. 에릭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오늘 밤, 당신은 정말 아름답다’고 말해줬죠.”

그는 자신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노래 가운데 ‘레일라’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이번 사진전에는 미공개 사진 20여 점도 첫선을 보인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