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없는 전시장엔 무슨일이? '비평 전시'를 아시나요? 젊은 기획자 이양헌씨가 마련한 이색전시 입력 2017-01-31 11:13:08, 수정 2017-01-31 11:35:59 전시장엔 작품이 없다. 다만 텍스트가 놓인 책상과 관람객들이 이를 복사해서 가져 갈 수 있게 복사기 한 대가 놓여 있다. 추가로 대담이 가능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배치돼 있을 뿐이다. 1일부터 7일까지 관악구 신생공간 산수문화에서 열리는 ‘비평실천’전시장 모습이다. 동시대 미술비평의 역할과 가능성, 한계, 지형 등을 논의하다가 기획된 전시다. 작가들을 섭외하고 작품을 선보이는 대신, 동시대에 활동하는 신진 비평가를 모아 책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으로 전시를 구상했다. 기획자 이양헌(30)씨를 만났다.
“5명의 신예 비평가 주도하에 담론을 생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함께 동참하게 된다. 결국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비평의 지형도를 그려보고 비평적 실천이 여전히 유의미한지, 그 기한이 만료된 것은 아닌지 탐색해보는 시도다. 비평의 위기를 넘어 다양한 비평가들과 그들의 비평적 실천들을 모아 동시대 미술비평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비평가들은 고립된 채 각개전투 중이며, 텍스트는 이론 과잉에 빠졌거나 저널리즘 평론처럼 황폐하고, 그래서 아무도 비평을 읽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술 시스템 안에서 비평은 더 이상 어떤 유의미 기제로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비평의 새로운 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강렬한 다원주의 흐름 안에서 비평이 설 곳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현되는 비평의 형식을 동시대에 들어와 다양하게 확장하는 중이다. 텍스트를 기반 했던 비평의 방법론은 다른 방향으로 변주하고 있는데, 일예로 오디오 비주얼 필름 크리틱은 시청각적 매체로써 필름(영화)을 비평하는 새로운 형식이다. 여기서 비평은 언어를 대체하며 이미지로 변환되며 이미지에 상응하는 하나의 이미지로 남는다. 비평의 확장 안으로서의 큐레이팅은 어떠한가? 텍스트를 직조하는 대신 작품들을 재배열하여 얻어지는 비평적 관점은 하나의 현상학적 체험이라는 점에 기존의 비평을 넘어선다.”
“텍스트로서의 비평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대신 새로운 방법론으로 비평은 여전히 그 의미와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 것이다. 비평이 상대주의로 나아가는 예술을 조율하면서 임시적으로나마 그 가치를 고정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비평 이후’ 확장된 장으로서의 새로운 비평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