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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다방 상표권 다툼 속 소비자들 허위매물에 골탕

양 사간 소송과 특허심판 등 상표권 법정공방 1년 넘게 끌어

이용자 44% 허위·미끼매물 경험…"고객 불편 해소 집중해야"

 


부동산 대표 중개업체인 직방과 다방이 상표권을 둘러싸고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여전히 낚시성 허위매물로 골탕을 먹고 있다.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로서는 양사가 법적 대응에 몰두하기 보다는 고객 편의에 더 힘을 쏟아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 1년 넘게 이어져 온 상표권 법정공방

두 업체의 상표권 분쟁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 ㈜직방이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 3를 상대로 '다방' 상표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며 기나긴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먼저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 3가 2014년 2월 35류(광고업, 기업관리업, 기업경영업, 사무처리업), 36류(보험업, 재무업, 금융업, 부동산업)에 'DABANG'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뒤이어 ㈜직방이 9류(컴퓨터 및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와 36류에 다방 '한글'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후 ㈜직방측이 지난해 스테이션 3를 상대로 다방 한글 상표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현재 1심과 2심은 스테이션 3의 손을, 특허심판원은 직방의 손을 들어준 상태로 양사는 대법원 상고와 특허법원 항소를 진행중에 있다.

◇ 부동산 앱 허위매물 피해자 10명 중 4명…업체 측 "완전 근절 어려워"

현재 직방과 다방이 시행중인 허위매물 신고제, 사진=각 사

두 업체가 상표권을 둘러싼 기나긴 법정 싸움을 이어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허위매물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주거형태가 전·월세로 전환되며 부동산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앱을 이용해서 다양한 매물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사진과 가격 등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 사의 부동산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직방이 1500만, 다방이 850만을 넘어섰다.

부동산 앱 시장에서 양 사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절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앱 점유율은 △직방 60~70% △네이버 부동산 15~20% △다방 10~12% △부동산114 방콜 1~5% 순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앱을 이용하는 사용자 절반 이상은 직방을 이용하고 있으며, 전체 이용자의 70%가 넘는 소비자가 두 회사의 부동산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동산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허위매물을 접했다는 피해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앱 서비스 이용실태 설문조사 응답자 718명 중 허위 및 미끼 매물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317명으로 전체의 44.2%를 차지했다.

실제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허위 및 미끼 매물 사례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직방이나 다방 앱을 이용해 매물을 둘러본 소비자들은 "사진 업데이트가 늦다", "직접 가보니 없는 방이었다", "중개사가 다른 방을 소개했다", "연락을 하면 방이 나갔다는 답변 받았다", "중복 매물이 많다", "가장 큰 평수의 사진을 올리고 가격은 가장 작은 방의 가격을 붙인다" 등의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두 업체 모두 허위 및 미끼 매물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제도 등 다양한 방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직방은 고객이 허위 매물을 접했을 경우 이를 신고해 사실로 확인됐을 경우  '헛걸음 보상제'를 통해 현금 3만원과 클린키트(청소용품)를 증정한다. 또 적발된 중개사에 대해서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두 번까지 경고하고 세번째는 탈퇴조치하고 있다.

만약 고의적으로 허위매물을 등록했다는 정확이 포착되면 경고 없이 한 번에 탈퇴조치가 이뤄지기도 한다. 직방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 대구의 한 회원 중개사에 대해 한 번에 강제탈퇴 조치를 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직방 관계자는 "처음에 매물이 등록되면 매물관리팀이 건축물 대장 등을 검토해 그 매물이 허위매물인지를 판별한다"며 "하지만 세부적인 가격까지는 집주인이 아닌 중개사를 통해 등록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전체적인) 검토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방 역시 신고제를 운영중이다. 다방에 따르면 현재 '허위매물 ZERO 제도'를 통해 허위매물 신고 내용 확인 후 모바일 기프티콘을 제공하고 있다.

다방에 따르면 허위·낚시매물 신고를 받은 중개사는 4회의 경고 후 제재가 가해진다. 또 지난 5월부터는 해당 부동산에 대한 고객들의 리뷰를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 리뷰 서비스'도 함께 시행하고 있지만 허위매물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허위·낚시 매물에 대한 피해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다방 측에서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스테이션 3 관계자에 따르면 다방은 추후에 '다방 AI 프로젝트' 라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방 AI 프로젝트는 그 동안 다방의 자료에 누적된 부동산 정보를 바탕으로 같은 건물이었지만 사진이 다른 경우, 관리비가 차이가 나는 경우 등의 사례가 적발되면 기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허위매물을 추가로 단속하는 시스템이다.

다방 관계자는 "하루에 등록되는 매물의 수가 평균 3000~5000개 정도"라며 "허위매물관리팀을 꾸려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하고 있지만 현장에 직접 나가서 전체 매물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물리적으로)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집중단속기간제'를 실시해 매물이 많은 지역을 위주로 1달에 1번 정도 현장점검을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직방과 다방의 소비자 만족도는 5점 만점에 각각 3.44점, 3.41점으로 조사됐다. 또 애플 앱스토어에서 두 회사의 부동산 앱 평가는 별 5개 만점에 각각 4개와 3개 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허위매물로 인한 피해사례가 증가하자 부동산 매물을 허위로 올리거나 과장해서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거짓·과장 광고를 하는 중개업자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등록을 취소하는 행정 제재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