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아래 두 남자, 아버지의 존재 일깨우다 로베르토 두란 실화 담은 영화 ‘핸즈 오브 스톤’ 입력 2016-12-08 16:25:41, 수정 2016-12-08 20:50:12 ‘KO 머신’ 마빈 헤글러, ‘디트로이트의 코브라’ 토머스 헌즈, ‘슈거 보이’ 슈거 레이 레너드, 그리고 ‘돌주먹’ 로베르토 두란.
그가 1985년 4월 15일 치른 토머스 헌즈와의 격돌은 복싱사에 길이 남을 대전으로 손꼽힌다. 당시 두 복서는 운명의 한판 진검승부를 펼쳤다. ‘전쟁(The War)’이라 불린 그날의 시합에서 헤글러는 눈가가 찢어졌지만 치열한 난타전 끝에 3회 KO승을 거두었다. 헌즈는 1회에 손이 부러지는 치명적 부상에도 지속적으로 맹렬하게 주먹을 날렸다. 두 파이터의 화끈한 투혼과 드라마틱한 승부는 ‘가장 훌륭한 경기’라는 평가를 남겼다. 특히 1회전은 미들급 복싱 역사상 ‘가장 치열한 3분’으로 기록됐다. 복싱 전문매거진 ‘링(Ring)’은 이 경기를 ‘올해의 파이트’로 선정했다. 헤글러의 전적은 67전 62승(52 KO승) 3패 2무승부로, 단 한 번도 KO패 당한 적이 없다. ![]()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선수’ 슈거 레이 레너드(1956∼ ) 또한 5개 체급에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라이트웰터급에서 금메달을 딴 뒤 프로로 전향했다. 1980년 파나마의 로베르토 두란에게 WBC 웰터급 세계 타이틀을 빼앗겼다가, 5개월 뒤 가진 재시합에서 되찾았다. 레너드는 이듬해 WBA 챔피언 헌즈(당시 32전 전승 30 KO승)와 세계 웰터급 챔피언 통합전을 벌였다.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다’던 두 파이터의 대결은 전 세계 복싱팬들을 열광시켰다. 레너드의 14회 KO승. 헌즈는 레너드와의 재대결을 1989년에야 치른다. 이때는 레너드의 WBC 슈퍼미들급 타이틀 방어전. 헌즈가 레너드를 3회와 11회 두차례 다운시켰지만 무승부 판결이 났고, 이는 지금까지도 논란을 낳고 있다. 레너드는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당시 경기는 헌즈가 이겼으며 자신과 헌즈의 전적은 1승 1패”라고 밝혔다. 레너드는 1987년 헤글러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WBC 미들급 타이틀을 빼앗은 뒤 다음해 WBC 슈퍼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 타이틀까지 획득한다. 그러나 헤글러와의 경기는 아직도 복싱계의 흥행을 고려한 ‘미심쩍은 판정’으로 남아 있다. 레너드의 전적은 36승(25 KO승) 3패 1무승부. 두려움을 모르는 복서 로베르토 두란(1951∼)은 파나마의 복싱 영웅이다. 라이트급에서 미들급까지 4체급의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복싱의 르네상스시대를 연 ‘존경받는 복서’였다. 복싱 역사상 잭 존슨에 이어 두번째로 ‘50년에 걸친 선수생활’을 한 인물이다. 119전 103승(70 KO승) 16패. 영화 ‘핸즈 오브 스톤’은 복싱의 황금시대를 주도한 로베르토 두란(에드가 라미레즈)과 그의 영원한 정신적 멘토이자 트레이너였던 레이 아르셀(로버트 드 니로)의 ‘신뢰’를 그려내면서 관객들을 당시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던 링 사이드로 데려간다. 불우한 환경 탓에 주먹만 휘두르던 망나니 두란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한 데는 아르셀의 역할이 컸다. 그는 22명의 세계 챔피언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트레이너였다.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아버지가 되는 것과 남자의 인생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두란은 무의식적으로 아버지를 대체할 누군가를 찾는다. 반면 가족보다는 자신이 키우는 선수들에게 젊은 시절을 몽땅 바친 아르셀은 정작 자신의 딸에게 버림 받은 아버지다. 두 남자는 가족에 대한 상처를 치유해 나가며 단지 파이터와 트레이너가 아닌,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냥 스포츠 영화가 아닌, 두 남자의 우애와 링 아래 진짜 이야기를 담은 감동 실화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