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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출신 트랜스젠더 장관, 대만에 디지털혁신 새바람

국회서 신발 구겨신고 파격 옷차림으로 VR 체험 권유

대만의 트렌스젠더 장관인 탕펑(唐鳳·35) 디지털 국무위원이 입법원(국회)에 캐주얼 차림으로 참석, 파격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탕 위원은 4일 입법원에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아이패드 등 디지털 기기를 들고 나타나 대만 정부가 추진하는 추진하는 디지털 산업 육성 계획을 소개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그는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업무 방향을 정하겠다며 과거 프로젝트 경험을 살려 10월 말에는 프랑스 정부와, 11월 초에는 스페인 정부와 각각 공공플랫폼 합작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파격적인 인선에 걸맞게 입법위원이나 기자들에게 격식없는 태도로 대하며 이날 입법원 회의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평소 VR 헤드셋을 갖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라며 기자들에게 "해볼래요"라고 VR 체험을 권했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입법위원에게도 VR을 소개하고 체험을 권유하기도 했다.

헐렁한 배기바지의 차림에 꽁지머리, 그리고 신발을 구겨신은 모습도 화제가 됐다. 대만 언론은 딱딱한 정장으로 권위주의적이었던 다른 관료들의 옷차림과 전혀 다른 모습에 주목했다.

탕 위원은 3일 첫 출근할 때에도 양말을 신지 않고 발목이 드러나는 캐주얼 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탕 위원은 14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25세에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트랜스젠더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지난달 대만 행정원 사상 최연소·최저학력으로 서열 9위의 정무위원(국무위원)직에 발탁됐다.

그는 대만에서 천재 핵티비스트(정치·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해커)이자 인터넷 창업가로도 유명하다. 12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해 애플, 벤큐 등 대기업과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공정책 토론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린취안(林全) 행정원장은 4일 탕 위원의 발탁에 대해 "디지털 산업과 경제는 미래의 트렌드로 탕펑이 미래의 통합된 산업 발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탕 위원이 철부지 청소년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디지털 담당 장관이라는 직무를 감안하면 의미있는 행동이라며 대만 여론은 호의적이다. 대만 IT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선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대만 네티즌은 탕 위원이 디지털 국무위원 직무에 적합해보인다면서 성별, 나이, 학력을 뛰어넘은 사람으로서 대만 디지털산업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과학기술부 관계자도 "정부의 공공정책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디지털 기술을 응용한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