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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에서 반도체까지… 수출한국 70년

수산물 팔던 나라 반도체 강국 ‘진화’/ 무역협회, 창립 70돌 맞아 ‘수출한국 70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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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에서 반도체까지.”

광복 직후 국민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67달러로 세계 최빈국 시절이던 1946년 7월 31일 설립된 한국무역협회가 70주년 기념 사업으로 ‘대한민국 무역 70년’을 정리한 연감을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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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 연감 초안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시대별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은 극명하게 변했다. 주요 연도별 수출 1위 품목은 ‘철광석(1961년)→의류(1980년)→반도체(2005년)→반도체(2015년)’ 식으로 산업 발전상을 반영했다.

광복 직후 첫 수출품은 당시 넉넉했던 수산자원이었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수산품 한천과 오징어부터 외국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주석, 철광석, 흑연 등 광물도 수출했고 1950년대 후반 풍작을 맞자 쌀도 수출품목에 올렸다. 1961년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10대 수출상품 가운데 광물이 4개 품목으로 가장 많았다. 오징어와 활선어도 5위와 6위에 오를 정도로 중요한 수출품이었다.

이후 우리 정부는 1960~1970년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1964년에는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다. 1960년대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41.1%나 됐다. 1972년 울산석유화학단지를 세웠고 1973년에는 포항제철을 건립해 경제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1976년에는 국산차(포니)가 처음으로 수출됐다.

1970년대 수출증가율도 연평균 37.5%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971년과 1977년 각각 수출 10억달러와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 시기에는 의류, 신발, 합판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수출을 이끌었다.

1980년 통계에서는 의류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6.0%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철강판, 신발이 2, 3위를 차지했고 반도체가 10위에 이름을 올려 훗날 반도체 왕국의 싹을 틔웠다. 1990년대 들어서는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섬유 등 우리나라 경공업제품 수출이 급격히 위축됐다. 그러자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으로 눈을 돌렸다.

2005년 수출 1위와 2위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차지했다. 무선통신기기, 선박, 석유제품은 3~5위에 올랐다. 이 같은 추세는 2015년 통계에도 이어졌다. 여전히 반도체와 자동차가 1, 2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 수출의 주력품목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나라 무역 파트너의 경우 1961년에는 1위 일본을 비롯해 홍콩(2위), 미국(3위), 영국(4위), 독일(5위) 등이 이끌었다. 1975년부터는 미국이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고 1985년에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107억달러를 기록해 단일국가로의 수출로는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1992년 중국과 수교가 이뤄지면서 이후 아시아권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1위 미국을 제외하면 일본,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 수출 대상국 2~5위가 모두 아시아국가로 채워졌다.

2003년에는 마침내 중국이 우리나라의 1위 수출 대상국이 됐고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그 사이 일본은 순위가 계속 밀려 올해 우리나라 수출대상국 순위에서 홍콩에도 뒤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신 최근 경제가 급성장한 베트남이 중국, 미국과 함께 3대 수출국 자리를 차지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