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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밥먹듯 매일 해야 하는 삶의 일부”

[차 한잔 나누며] ‘스포츠 전도사’로 변신한 배우 유경아

1980년대 어린이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모은 드라마 ‘호랑이선생님’을 기억하는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학교를 배경으로 찍은 이 드라마는 숱한 아역 스타를 배출했다. 배우 유경아(43)도 그중 하나다. 그는 초등학생 때 호랑이선생님으로 데뷔한 뒤 승승장구했다. 드라마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았지만 1990년대 초반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1990년대 중후반 다시 돌아와 이따금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이제는 연기자보다 ‘스포츠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생활체육 홍보대사를 맡아 활동하는 그는 직접 현장을 찾아 청소년과 운동으로 어울리고 때로는 지도하기도 한다.

선화예고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유경아는 졸업 이후 운동을 멀리했다. 근거리도 차를 타고 다녔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몸이 안 좋아지자 그는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배우 유경아가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만난 유경아는 “우울증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몸은 정말 속이지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다”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연기자 생활을 오래 한 그가 운동에 눈뜬 지는 10년이 채 안 된다. 혼자 동네를 걷거나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을 키우던 유경아는 2013년 국민생활체육회(현 대한체육회)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지인 소개로 체육회 남산걷기대회 행사에 참가했고, 이후 홍보대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홍보대사가 된 뒤에 그는 유경아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스포츠버스’다. 스포츠버스는 체육회가 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농어촌, 도서지역 어린이를 위해 운행한다. 유경아는 “지난해 5월 스포츠버스 행사차 강원도 인제 기린초등학교 방동분교를 찾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스포츠가 소외된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아들 또래의 학생들과 줄다리기도 하면서 좋은 추억을 쌓았다”고 떠올렸다.

지난해 참여한 생활체육대축전도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생활체육대축전은 생활체육동호인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스포츠 이벤트로, 올해는 서울에서 오는 26∼29일 4일간 열린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뒤 처음 열려 더욱 풍성하게 진행된다.

유경아는 “대축전이 이렇게 큰 행사인지 몰랐었다”면서 “동호인들이 많이 참여하지만 언론 등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아 아쉽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생활체육대축전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홍보대사를 맡은 뒤 그는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보디빌딩) 자격증도 취득했다. 단순히 운동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고 있는 운동이 어디에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전문적으로 익혀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유경아는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가 자격증을 따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해서 솔깃했다”며 “생활체육 홍보대사도 막 맡은 터라 스포츠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막상 결심은 했지만 자격증 취득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은 스포츠심리학, 운동생리학, 운동역학 등 필기시험 7과목 중 5과목을 선택해 과목마다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을 넘어야 합격한다. 실기는 자신 있었지만 필기는 간단하지 않았다.

유경아는 “용인대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이론공부에 6개월 투자했다”며 “학창시절에도 밤을 새우지는 않았는데 떨어지면 창피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자격증을 따고 난 뒤 지인들이 물어볼 때면 언제든 자세를 봐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고 뿌듯해했다.

유경아는 “운동은 우리가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꾸준히 해야 하는 삶의 일부”라며 “체육회에서 항상 강조하는 7330(일주일에 세 번 30분씩 운동) 캠페인에 다같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