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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음까지 감성" K9 퀀텀

현대·기아차 NVH팀이 말하는 ‘K9 퀀텀’
“소리·진동 물 흐르듯… 엔진음까지 감성 입혀”

“무조건 조용하기만 한 차는 환영받지 못합니다.”

지난 13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만난 소음진동개발2팀 유병규 팀장과 서대원 책임연구원은 요즘 ‘NVH’ 추세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NVH는 노이즈(Noise), 바이브레이션(Vibration), 하시니스(Harshness)의 약자로 흔히 ‘소음과 진동’을 말한다. 유 팀장과 서 연구원이 소속된 개발2팀은 현대·기아차의 쏘나타급 이상의 NVH를 책임지는데, 전체 팀원은 60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정숙성이 뛰어난 기아차 최고급 세단인 K9에다 5L 엔진까지 장착해 출시한 ‘K9 퀀텀’의 소리와 진동을 최적화했다.

K9과 K9 퀀텀의 차이점에 대해 서 연구원은 “K9이 가속할 때 물 흐르듯 부드럽게 엔진음이 진행된다면, K9 퀀텀은 미세한 액셀러레이터 조작에도 소리 크기를 다르게 조절했다”며 “퀀텀은 고출력 엔진이라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를 많이 밟지 않고도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초기의 동력 성능에 따라 소리를 조절하지 않으면 자칫 밋밋한 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9 퀀텀은 액셀러레이터 조작을 10단계가량으로 세분화해 흡기계와 배기계 소리를 조절함으로써, 초기부터 5L 엔진에 걸맞은 힘있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소음진동개발2팀 유병규 팀장(오른쪽)과 서대원 책임연구원이 ‘K9 퀀텀’의 외부 소음도 측정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실제 K9 퀀텀의 장점은 주행 정숙성 외에도 가속 시 기분 좋은 엔진음 등이 꼽힌다. 소음을 차단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이젠 주행 성능에 걸맞은 소리까지 만들어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시기다.

K9 퀀텀을 개발한 엔지니어들에게 제일 먼저 부여된 임무는 ‘백 투더 베이직’이었다. 유럽차가 단단하면서도 운전자에게 든든하고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은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서 비롯했다. 구체적인 슬로건은 ‘하모니’. NVH 외에도 디자인과 감성, R&H(라이드 앤 핸들링)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팀별로 부여된 역할이 상충하는 게 다반사다. 유 팀장은 “가장 어려운 게 연비이고, 다음이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말하는 R&H, 그리고 NVH, 냉각 등 공조성능 등이 있다”며 “차량에 중요한 기능들이지만 각각의 특성만 강조하면 다른 기능에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조팀은 에어컨을 위해 차량 내부로 통하는 구멍이 필수인데, 소음 유입을 막아야 하는 NVH팀에게 구멍은 최소화해야 할 대상이다. R&H팀 입장에서 엔진 등 파워트레인을 떠받치는 마운트가 단단하고 딱딱해야 주행 안정성이 좋지만, NVH팀은 부드러워야 소음과 진동이 적다. 결국 양측이 원하는 성능을 모두 발휘하는 부품이 개발되기도 하지만, 통상은 양 팀이 조금씩 양보해서 접점을 찾는다. 각 팀 간의 조화가 필수라는 얘기다.

BMW M 연구소장으로 일하다 최근 현대차에 영입된 앨버트 비어만 부사장도 전날 회의에서 “차는 수많은 성능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이 함께 만드는 하나의 작품”이라며 “수많은 악기를 컨트롤하는 지휘자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고 유 팀장은 소개했다.

유 팀장은 “NVH 개발은 굉장히 오래된 기술인데, 발전의 완성도가 다른 분야보다 높다”며 “현대차는 초기부터 소음과 진동을 잡고 나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NVH만 놓고 봤을 때 가장 진일보한 차량은 EF쏘나타다. 이후 NF쏘나타 때 진동과 소음을 잡는 기술이 정점에 달했고, 요즘엔 소음 잡는 건 기본이고 고객 감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NVH 개발에 대한 개념은 변했다. 서 연구원은 “엔진 소리나 타이어가 노면을 지나는 소리, 바람소리 등을 줄이면 차가 정숙해지지만, 너무 조용해지면 다른 소음이 부각된다”고 강조했다. K9에 장착된 독일 고급 오디오에서 소음이 들려 독일 기술자까지 부른 결과 차가 너무 조용해졌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당시 차를 무조건 조용하게 개발하는 게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유 팀장과 서 연구원이 ‘실키(silky) 사운드’라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하기에 배경을 물었다.

서 연구원은 현대차 에쿠스가 북미에서 미디어 평가를 받았는데, 당시 한 언론이 “차가 기계적으로 가는 게 아니고 미끄러지듯 운행한다”며 소리에 대해서도 ‘실키 사운드’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에쿠스 역시 2팀이 NVH를 최적화한 차량 중 하나다.

두 사람은 NVH 기술의 미래에 대해 “진동과 소음을 없애려면 돈이 들고 차가 무거워지는데, 돈과 중량을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NVH 성능을 주행성능 등에 맞게 튜닝하는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직접 차를 만들어서 소음과 진동 테스트 등을 하는 게 아니고, 시뮬레이션으로 돈과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도 곧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