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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놀이문화 ‘종이접기’ 세계화에 온힘”

[차 한잔 나누며] 노영혜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 이사장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대한민국 어린이 종이접기 3급’ 수여식이 열렸다. 독일 어린이 8명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한국 종이접기 자격증을 딴 것이다. 어린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삼각·아이스크림·삼각주머니 등 기본형 8가지와 이를 응용한 완성품을 종이로 접은 뒤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목에 메달을 건 뒤에는 “조이(종이)”라고 외치며 웃었다.

수료식에 참석해 아이들에게 급수증과 메달을 전달한 노영혜(66·여)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 이사장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우리말로 ‘종이’를 외치고 즐겁게 뛰면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독일 어린이들을 보면서 종이접기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며 “종이접기로 또 다른 한류 열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혜(66)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재단 사무실에서 ‘종이접기의 세계화’에 대해 설명하며 종이학을 들어보이고 있다.
종이문화재단 제공
노 이사장의 ‘종이접기 사랑’은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남편은 색종이 제조업체인 ‘종이나라’의 정도헌(71) 대표다. 노 이사장은 남편 일을 도우면서 1989년 한국종이접기협회를 만들고 종이문화 재창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종이문화재단을 설립해 전통 종이접기 문화 알리기에 힘써왔다. 지금까지 배출한 종이접기 강사는 30만명에 이른다.

노 이사장은 “종이접기는 삼국시대에서부터 내려온 한국의 전통 문화지만, 해외에서는 ‘종이접기’보다 일본식인 ‘오리가미’(折紙)라는 말이 더 잘 알려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오리가미는 종이접기의 일본식 표현인데 그 표현이 널리 퍼졌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이 종이접기 문화를 체계화해 세계에 전파했다는 의미”라며 “심지어 미국에 있는 한글학교 교사들도 오리가미라는 표현을 써서 놀랐다”고 말했다.

재단은 10여년 전부터 종이접기의 세계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현재 16개국에 37개 지부를 개설해 종이접기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 한인 이민 50주년을 맞은 아르헨티나와는 지난해 한국학교와 종이접기 문화 전파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매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한글학교 교사들을 초청해 우리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독일 어린이들의 자격증 취득도 이 같은 노력으로 얻어낸 결실이다.

노 이사장은 종이접기를 가르칠 때 ‘Jongie Jupgi(종이접기)’, ‘Hak Jupgi(학접기)’ 등 한글 용어 사용을 고집한다. 단순히 종이를 접는 방법 만이 아니라, 한국어와 한국 문화까지 널리 알리려는 의도다.

그는 “국제대회에서 태권도 경기를 할때 외국인들도 ‘차렷’, ‘경례’ 등의 용어를 한국어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종이접기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에서 학교에 한국어를 정식과목으로 채택하려 했는데 벽에 부딪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종이접기로 접근하기로 했다”며 “다음달부터 독일 초등학교 3곳에서 정규과목으로 종이접기를 가르치게 됐는데, 학생들이 종이 접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해 한국어를 익히는 것도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종이접기가 어린이들의 두뇌 개발과 창의성 개발은 물론 노인들의 건강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이접기는 순서에 따라 정확히 접어야 완성되기 때문에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해 어린이들에게 좋은 활동”이라며 “양 손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활동이어서 노인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이사장은 경쟁관계인 일본과 비교할 때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흡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일본은 해외에 종이접기를 전파할 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며 “한국 종이접기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종이접기가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2013년 연변과학기술대학과 업무협약을 맺어 중국 동포들에게 종이접기 교육을 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평양에 가서 꼭 종이접기 교육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