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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짜장면이라 쓰고 추억이라 읽는다"

잘 먹는 것이 곧 잘 사는 것…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은?

하루 종일 어느 때고 TV만 켜면 맛집 소개나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볼 수 있고, 요리를 주제로 한 예능과 이른바 '먹방' 동영상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대 초 '몸짱'·'웰빙' 열풍과 함께 시작된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트렌드는 이제 '잘 먹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으로 바뀐 모습이다. 살기 위해 먹는 것과 먹기 위해 사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그 어느 쪽이든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고 또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민한다. 2014년 현재, 한국인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 좋아하는 한식 1위, 김치찌개

한국갤럽이 2014년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4주간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물어본 결과(자유응답) 1위는 '김치찌개'(21%), 2위는 '된장찌개'(16%)였다. 2004년 조사에서는 '된장찌개'(23%)가 '김치찌개'(18%)를 앞섰는데 10년 만에 1·2순위 음식이 바뀌었다. 가장 큰 원인은 연령별 입맛 차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10년 전에는 40대 이상에서 모두 '된장찌개'를 1순위로 꼽았지만, 이번에는 60세 이상 어르신들만 '된장찌개'(28%)를 '김치찌개'(20%)보다 더 좋아한다고 답했고 20대부터 50대까지는 모두 '김치찌개'가 우위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김치'(13%)는 연령별 큰 차이 없이 3위에 올랐다. 사실 김치찌개의 주 재료가 김치임을 감안하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역시 김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네 상차림에서 김치찌개와 김치는 동시에 오를 정도로 엄연히 구분되는 음식이어서 별도 구분했다. 1~3위 음식이 매일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라면, 4위는 조금은 특별한 반찬 또는 요리라 할 수 있는 '불고기'(12%)다. 특유의 살살 녹는 달콤함 때문인지 불고기는 특히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으로 꼽혔다. 한편 항공사 기내식으로 오를 만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인 한류 대표 음식 '비빔밥'(6%)이 5위를 차지했다. 그 외 좋아하는 한국음식 10위권에는 ▲'잡채'(3%) ▲'갈비'(3%) ▲'청국장'(2%) ▲'삼겹살'(2%) ▲'갈비찜'(1%)이 포함됐다.

◆ 중식, 누가 뭐라 해도 '짜장면'

우리나라 어느 지역,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중국음식점(중국집)이다. 비록 원조는 중국이라고 해도 ‘중국 본토에는 자장면이 있고, 한국에는 '짜장면'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일반적인 중국음식점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된 '한국식 중국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써야 했지만, 지난 2011년 국립국어원이 '짜장면'을 표준어로 추가함에 따라 이제는 '짜장면'이라고 마음 편히 쓸 수 있게 됐다.

큰 그릇 가운데를 막아 한 쪽에는 짜장면, 다른 한 쪽에는 짬뽕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짬짜면'이란 메뉴는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갈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케 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중국음식을 단 한 가지만 선택하게 했을 때는 '짜장면'(46%)이 '짬뽕'(21%)을 크게 앞서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음식은 '짜장면'으로 판명됐다.

모든 연령대에서 '짜장면'이 첫 손가락에 꼽혔지만 지난 10년간 '짜장면' 대비 '짬뽕'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04년 조사에서는 '짜장면'(43%), '탕수육'(17%), '짬뽕'(11%) 순이었는데 '짬뽕' 선호도가 10%포인트 상승해 2위로 올라선 것. 특히 '짬뽕'은 2040 남성(약 25%)과 2030 여성(28%)에서 인기가 많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최근 몇 년 사이 외식업계의 '매운 맛' 열풍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3위 '탕수육'(19%)은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좋아했고, 타 연령대와는 달리 10대에서는 '탕수육'이 '짬뽕'보다 더 인기였다. 그 외 좋아하는 중국음식 10위권에는 ▲'팔보채'(4%) ▲'양장피'(2%) ▲'우동'(1%) ▲'볶음밥'(1%) ▲'깐풍기'(1%) ▲'군만두'(1%) ▲'고추잡채'(0.4%)가 포함됐다.

◆ 좋아하는 과일주스, 오렌지 > 사과 > 포도 > 딸기 順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연중 다양한 제철 과일을 맛볼 수 있지만, 과일을 고르고 씻고 다듬는 수고 없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시판 과일주스 역시 인기다. 수입 농산물이 늘면서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없던 이국적인 과일주스도 많이 눈에 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주스를 알아본 결과 '오렌지주스'(23%)가 1위, 그 다음은 '사과주스'(15%), '포도주스'(12%), '딸기주스'(12%)가 엇비슷하게 나타났고 '키위주스'(9%)와 '토마토주스'(9%)를 꼽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여전히 모든 연령대에서 '오렌지주스'가 1순위로 나타났지만 10년 전 한국인 열 명 중 네 명(43%)이 '오렌지주스'를 꼽았던 것에 비하면, '오렌지주스'의 인기는 하락하고 여러 다른 과일주스로 선호도가 분산됐다. 2004년 대비 '사과주스'(6→15%) 선호도 상승이 두드러졌고 '포도주스'(7→12%)와 '키위주스'(4→9%)의 인기도 늘었다. 그 밖에 '망고주스'(3%), '바나나주스'(2%), '귤주스'(2%), '복숭아주스'(2%)가 좋아하는 과일주스 10위권에 들었다.

◆ 3명 중 2명 음주…맥주보다 소주 '好好'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에게 평소 술을 마시는지 물은 결과 68%가 '마신다', 32%는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별 음주자 비율은 남성 78%, 여성 59%였고, 연령별로는 10대 5%, 20~30대 85%, 40대 78%, 50대 71%, 60세 이상 56%로 나타났다. 주 1회 이상 음주자는 전체 응답자의 34%를 차지하며(남성 54%·여성 15%), 특히 30대 남성에서 그 비율이 71%로 가장 높았다.

평소 술을 마신다는 음주자 1164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술 종류를 물은 결과, 음주자의 절반(54%)이 '소주'를 꼽았고 그 다음은 ▲'맥주'(35%) ▲'막걸리'(7%) ▲'와인'(2%) ▲'양주'(1%)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소주' 70%, '맥주' 21%로 소주파가 절대 다수지만, 여성은 '소주'(34%)보다 도수가 낮은 '맥주'(54%)를 더 좋아했다. '와인' 또한 여성에서만 선호도 3%로 나타나 성별 선호 주종 차이가 뚜렷했다. '소주'와 '막걸리'는 고연령일수록, '맥주'는 저연령일수록 사랑 받았다. '소주'는 여전히 최고 인기 주종이나 10년 전 대비 선호도가 하락했고(65→54%) 맥주(29→35%)와 막걸리(2→7%)의 인기는 늘었다. 최근 시판 소주의 알콜도수가 점점 낮아지는 데다 젊은 층과 여성의 맥주 선호 경향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 후 한국인의 선호 주종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선호하는 안주, 삼겹살·치킨 '막상막하'

음주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안주다. 올해 초 전지현과 김수현이 출연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치맥'(치킨+맥주) 열풍을 일으켰다. 전기구이 통닭에서부터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이나 양념치킨 등 우리나라에서 치킨은 오래 전부터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에는 주요 스포츠경기가 있을 때마다 치킨 배달 주문이 폭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음주자들이 평소 가장 즐기는 안주 1순위는 '삼겹살'(18%)이었고 '치킨'(12%)은 그 다음이었다. 우리나라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3만개에 달하는 소위 '치킨공화국'이라는데 음주자들이 꼽은 술 안주 1위는 왜 '삼겹살'일까. 그 원인은 선호 주종에 있다. 전체 음주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주파(633명)가 좋아하는 안주는 ▲'삼겹살'(31%) ▲'김치찌개'(10%) ▲'회'(7%) ▲'치킨'(4%) ▲'오뎅탕'(3%) ▲'족발'(3%) ▲'매운탕'(3%) 순이었고, 맥주파(409명)는 ▲'치킨'(28%) ▲'오징어'(19%) ▲'과일'(11%) ▲'땅콩'(5%) ▲'골뱅이'(4%) ▲'삼겹살'(3%) ▲'소시지'(2%) 등을 가장 즐기는 안주로 꼽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소주파가 많은 남성은 삼겹살, 맥주파가 많은 여성은 치킨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나 선호 주종이 다른 만큼 성별 선호 안주도 달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