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손 닿는 곳 어디나 사전 비치… “집에서도 단어 찾아요” 서울 행현초등학교의 이색 교육 입력 2014-07-01 17:16:32, 수정 2014-07-02 06:00:00 취재팀이 국어사전이 있는 교실을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지난 4월 초 서울 성동구 행현초등학교 4학년 2반이었다. 마침 오전 2교시 국어수업이 한창이었다. 올망졸망한 초등학생 30명의 책상 위에는 하나같이 국어사전과 ‘행현 단어장’이 놓여 있었다. 담임교사가 국어책을 읽다 “이 문장에서 사전을 찾아봐야 할 단어는 뭐죠?”라고 묻자 학생들은 “저요!”, “저요!”, “국립이요!” 하며 앞다퉈 손을 치켜들었다.
국어사전을 적극 활용하는 건 이 학교 다른 교실도 마찬가지다. 원정환 행현초 교장은 “초등학교에서도 이미 참고서에 낱말 뜻풀이가 나와 학생들이 사전을 잘 찾지 않는다”며 “초등학교 때 초성, 중성, 종성을 조합하면서 한글 단어를 찾는 과정에서 어휘력뿐 아니라 논리성도 발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행현초 학생들은 3학년부터 학교에서 자체 제작한 단어장을 받아 사전에서 찾은 낱말 뜻을 빼곡하게 채워넣는다. 3학년은 하루 평균 2단어씩 1년에 600개, 4학년은 하루 3단어씩 1년 900단어, 5학년은 하루 4단어씩 1년 1200단어, 6학년은 하루 5단어씩 1년 1500단어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목표 단어 수도 늘어난다. 사전·단어장 학습의 목표는 학생 자율에 맡기되, 학년별 목표치를 달성하면 학교장 도장이 찍힌 인증서를 준다. 이 같은 동기부여를 통해 학생들이 각자 수준에 맞게 자기주도적으로 사전을 활용하도록 습관들이는 것이다. 원 교장은 “학생마다 학업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단어를 숙제로 내주지 않고 학생 스스로 자기수준에 맞는 단어를 찾아 공부하게 한다”며 “해당 단어의 한자어와 뜻풀이뿐 아니라 어떤 문장에서 발췌했는지 출처도 반드시 밝혀 동음이의어를 구분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아 사전을 각자 구입하라고 할 수 없었다. 원 교장은 중랑구청에 교육경비 지원사업 계획서를 제출해 사전구입비를 받고 4, 5, 6학년 모든 교실에 학생 수만큼 사전을 비치했다. 그는 “2년 6개월간의 실험 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줄었다”며 “꼭 사전학습만의 효과라고는 할 수 없지만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했다. 행현초에서도 역시 성동구청으로부터 3240만원을 지원받아 3학년부터 사전을 나눠주고, 각 학급 교실뿐 아니라 과학실, 도서실 등 학교 곳곳에 사전을 비치했다. 또 4학년을 대상으로 학기마다 ‘어휘력 골든벨’을 진행 중이다. 강당에 4학년 전체를 모아놓고 교과서에 있는 어휘 50개를 골라 낱말 풀이를 읽어준 뒤 해당하는 단어를 쓰게 하는 방식이다. 포상은 끝까지 남은 학생이 가장 많은 반에 푸짐한 간식을 주는 것이다. 사전 교육의 성과는 어떨까. 2012학년도에 실시된 마지막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행현초는 ‘기초학력 미달’이 1명도 없었고, ‘보통 이상’은 전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특별기획취재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