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전문가 없는 재난대책본부… 뿌리부터 바꿔야 [‘안전 한국’으로 가는 길-기본으로 돌아가자] ⑤ ‘사상누각’ 컨트롤타워 〈끝〉 입력 2014-05-01 17:51:04, 수정 2014-05-02 08:39:22 지난 2주일여 동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은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선장 잃은 난파선’이었다. 해상 선박 사고는 예측 불가능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사고도 아니었지만 정부는 초기대응 실패, 구조 과정에서의 무능함, 국민과의 소통 혼란 등을 보이며 총체적 위기대응 시스템의 허점을 보였다.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뒤늦게 새로운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보 공유 시스템과 현장 훈련 경험이 많은 전문가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가안전처는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의 안전 부분을 통합한 재난총괄 조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의 시설안전관리,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가스안전관리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안전기능도 통합될지는 미지수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한국방재학회장)는 1일 “현재는 같은 부처 내에 심판과 선수가 같이 있는 꼴”이라며 “원자력 부분을 예로 들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분리된 이후 위험 시 원전 가동을 중지시키는 등 안전을 중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현장대응과 인력 강화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 강화와 함께 현장인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대응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부분의 사고가 지방에서 발생하는 데다 자연재해성과 인재 등이 합쳐진 ‘복합성 재난’이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재난관리 기능 강화 체계를 수립해 일차적인 대응과 책임은 지자체가 지고, 중앙부처에서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난 상황에서 중앙과 지방의 책임이 불분명해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관리 조직은 중앙정부의 지침에 의해 피동적으로 설치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주민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는 조직이 됐다”며 “지자체가 지역실정에 맞는 재난관리 전담 조직을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재난에 대하여 지역 여건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등 재난안전의 확실한 업무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난관리와 현장대응 인력을 육성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안전행정부는 소방방재청에서 인적재난 부분을 가져왔지만 소방방재청의 재난구조 전문인력은 흡수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공무원 직군에 방재안전 직렬을 신설하기로 했지만 채용 인력은 없었다. 정부 조직 내부 인력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력을 참여시키면 여러 유형의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 정지범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더운 경주지역에 눈이 많이 내려서 마우나리조트 참사가 일어났듯이 기후변화 등에 따라 매뉴얼대로 대응할 수 없는 복잡한 재난도 자주 일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정부에서 모든 것을 다하려 하기보다는 아이디어와 좋은 장비를 갖춘 민간전문가를 사전에 참여시켜 함께 훈련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