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소년 통해 버려진자 들을 어루만지다 김영하 신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입력 2012-03-03 16:47:59, 수정 2012-03-02 22:26:27 생쌀로 섭생을 하고, 신비 경험을 바탕으로 사물 등 다른 존재의 마음까지 읽어낸다. 우리 자신이야말로 우주 전체라고 다독이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세상에 대해선 거침 없이 분노를 쏟아낸다. 작품이 10여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세계를 향해 걸어나가고 있는 작가 김영하(44)씨가 뉴욕 등 해외에 체류하며 5년 만에 쓴 신작 장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문학동네)에서 탄생시킨 17세 고아 소년 제이의 모습이다. ‘검은 꽃’과 ‘퀴즈쇼’에 이은 ‘고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번에는 영적이고 전복적인 고아가 주인공이다. ![]()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한 젊은 여성이 제이를 낳는다. 제이는 터미널 인근 화훼상가에서 일하는 돼지엄마에게 넘겨져 길러진다.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동규 마음을 대변해 주며 우정을 쌓아간다. 돼지엄마가 떠나고 살던 곳이 재개발되면서 지방 보육시설에 맡겨진 제이는 일주일간 독방에서 지내는 동안 자신의 영혼을 다른 존재에 불어넣어 살아가는 신비 경험을 하게 된다. 제이는 이후 서울로 올라와 가출 청소년들과 어울리지만 신비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사유와 행동으로 세상으로부터 발길질당한 이들의 우두머리가 돼 간다. 제이는 버림 받은 이들을 위무하고 세상의 불의를 비판하며 그들의 중심에 선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제이는 간단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전했다. 너희들은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로 인해 아프다. 아이들은 제이가 자기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존재라고 느꼈고, 그의 기이한 생활 태도에 외경심을 품었다.”(141쪽) 부모의 이혼과 재혼 등을 거치며 스스로 불청객임을 느낀 동규도 집에서 뛰쳐나와 제이와 함께한다. 제이는 동규와 함께 고아들과 배달을 전전하며 버림받은 10대 폭주족을 이끌기 시작한다. 제이 등은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서울 도심 한폭판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그럼 우리가 느끼는 건 뭐야? 분노야. 씨발, 존나 꼭지가 돈다는 거야. 그래, 우리는 열받아서 폭주를 하는 거야. 뭐에 대해서? 이 좆같은 세상 전체에 대해서. 폭주의 폭자가 뭐야? 폭력의 폭자야. 얌전하면 폭주가 아니라는 거지. 엄청난 소리를 내고, 입간판을 부수고, 교통을 마비시킬 때, 그제야 세상이 우리를 보게 되는 거야. 폭주는 우리가 화가 나 있다는 걸 알리는 거야. 어떻게? 졸라 폭력적으로. 말로 하면 안되냐고? 안 돼. 왜? 우리는 말을 못하니까. 말은 어른들 거니까. 하면 자기들이 이기는 거니까 자꾸 우리보고 대화를 하자는 거야.”(163쪽)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도심 속에서 터져나오는 오토바이 굉음이 예사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신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제이의 슬픔이 떠오를지도 모를 일. 결국 소설은 고아 등 우리 사회에서 버려진 자들에 대한 위무쯤 되겠다. 제목은 인디밴드 델리스파이스의 데뷔 앨범에 실린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따왔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