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 깊은 지역갈등 한바탕 폭소로 풀어내 위험한 상견례 입력 2011-03-24 16:38:31, 수정 2011-03-24 21:31:56 이 영화가 반가운 것은 영호남 지역감정을 2시간 동안 웃는 사이 유쾌하게 풀어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낱알이 빼곡히 찬 옥수수처럼 잘잘한 에피소드가 연이어져 시종일관 관객이 딴 생각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양쪽 사투리와 문화적 특징을 제대로 잡아낸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전라도 순수 청년 ‘현준’(송새벽)은 1980년대 후반 ‘현지’라는 가명으로 활동 중인 순정만화 작가다. 그는 펜팔을 통해 만난 경상도 여인 ‘다홍’(이시영)과의 결혼을 결심하지만 다홍의 아버지 영광(백윤식)은 ‘사위는 전라도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는 뼛속까지 경상도인 남자다. 이때부터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한 현준의 피나는 노력이 시작된다. ![]() 이시영도 로맨틱 코미디의 강자로 나설 기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조금 돌리고 시선을 내리깐 채, 그러나 망설임 없이 종종걸음으로 마중나온 남자를 향해 곧장 다가가는 장면과 놀다 늦어서 부산행 막차를 놓치자 집에 전화를 걸어 친구집에서 자고 들어가겠다고 말한 뒤 혼날 것을 염려하며 ‘아빠는…?’ 하고 물었다가 밤낚시 갔다는 엄마의 말에 “뭐? 밤낚시…”라고 외치며 희열감 어린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에서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의 ‘여유’가 배어난다. ![]() ‘대식’(박철민)이 부산 구멍가게에서 껌 한 통을 사려다 “순 롯데껌밖에 없네. 잉. 아짐, 해태껌 없소?”라고 묻자 가게 주인이 “우리는 예, 해태 이런 거 취급 안 해예”라고 받아치는 장면은 폭소와 함께 당시 두 지역의 상황을 극명하게 전한다. 두 집안의 아버지들끼리 품은 해묵은 감정은 투수와 포수의 역할을 맞바꾸고 벌인 야구장에서의 대결로 해결이 난다. 여기서 터진 홈런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둘이 만들어 낸 화해가 바로 ‘홈런’임을 이야기한다. 영호남의 화합을 멋진 한방 홈런으로 정리하는 장면이다. 술술 잘 나가던 영화는 클라이맥스 부분에 심어놓은 눈물코드를 건드리며 객석의 몰입을 유도한다. 이별의 위기를 맞은 두 사람의 지나온 순간들을 떠올려가며 웃겼다가 울리고서는 극적 분위기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가문의 영광’으로 대변되는 한국형 코미디영화 흥행법칙을 잊지 않고 챙기는 대목이다. ![]() 그러나 영화는 코미디영화로서의 본분을 결코 잊지 않는다. 끝장면 타이틀백이 올라갈 때 30년 전 두 집안 아버지들이 원수가 된 ‘진짜 사연’을 털어놓으며 또 한번 한바탕 큰웃음을 선사한다. 그간 대놓고 다루기 힘들었던 지역감정을 소재로 삼아 코미디 영화도 ‘잘’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영호남 화합을 도모하는 길이 그다지 어려운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감독과 작가·배우·스태프, 이들의 감각과 노력이 실로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다. 설령 지역감정으로 인한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 할지라도 진정 가슴을 열 줄 아는 영호남인들이라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