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는 아빠 급증… 전통적 성 역할 무너지나 일하는 엄마 늘면서 남성 전업주부 5년새 35%↑ 입력 2011-01-19 18:04:28, 수정 2011-01-20 11:29:13 ![]() 올해로 남성 전업주부 생활 12년차인 오모(46)씨가 살림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다. 오씨가 집에서 살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갖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특히 양가 부모의 냉담한 시선은 상처로 남았다. 오씨는 “직장을 그만두기 전 내 연봉은 아내보다 많았으나 아내 뜻을 존중하는 뜻에서 내가 주부로 들어앉았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매일 아침 밥상 차리는 남자’, ‘Hello! 아빠 육아’ 등을 출간하고 양성평등 강사로 활동하는 ‘프로 주부’ 오씨는 “살림을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힘겨운지 상상도 못한다”며 “주부는 생명을 키우는 위대한 일을 하는데도 사회는 이를 무능력자 몫으로 인식하고 폄하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정 내 전통적인 성 역할 구분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각 분야에서 ‘우먼 파워’를 실감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부인을 대신해 ‘요리하고 아이를 돌보는’ 남자 전업주부가 급증하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남자 비경제활동인구는 2005년 473만4000명에서 535만6000명으로 13.1% 늘어난 데 비해 이 중에 활동상태가 ‘가사’인 사람은 11만6000명에서 15만6000명으로 34.5% 급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15세 이상의 소비 인구 가운데 노동할 능력과 의사가 없는 인구를 말하는데, 이 중 ‘가사’는 집안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주부’에 해당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남자 전업주부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전문직·고소득 여성이 늘고 가사와 육아가 사회활동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여자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은 통계로 확인된다. 2010년 여자 비경제활동인구는 5년 전보다 6.7% 늘어 같은 기간 남자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13.1%)의 절반에 머물렀다. 이 기간에 여성 전업주부는 남성 전업주부의 증가율(34.5%)을 크게 밑도는 9.6%에 그쳤다. 특히 미취학 자녀를 돌보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여자(146만9000명)는 이 기간에 오히려 1.9% 줄었다. 국세청이 2008년 종합소득세 신고자를 분석해 보면 여성 비율은 2004년 34.6%에서 2008년 40.3%로 늘었다. 특히 2008년 여성 신고자 중 배우자 소득공제를 받은 비율은 26만2000명으로 18.2%에 달했다. 이들의 남편은 연간 소득금액이 없거나 있더라도 월소득 100만원 이하라는 뜻이다. 3년 전 둘째 아이가 생기면서 전업주부로 돌아선 김모(36·서울 강남구)씨는 “수입이 더 많은 아내가 계속 일하고 내가 살림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고정적인 남녀 성 역할에 얽매이기보단 그렇게 하는 게 우리 가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 역할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남자 주부가 화제가 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가족 각자의 역할이 가정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쪽으로 융통성 있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일·유태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