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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암살은 美 우파의 집단 음모”

진정한 평화주의 막 내리고 전쟁광 득세 신호탄
“암살범은 앞쪽에 있었다”
美, 오스왈드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틀 후에 CIA정보원에게 살해 당해

“케네디 대통령의 두개골 윗부분은 깨져 버렸다. 남편이 총에 맞은 상황에서 재클린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그녀는 남편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온 두개골 파편을 찾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로 기어 올라갔다. 리무진을 쫓아가서 자동차 위로 뛰어올라간 비밀경호원 클린턴 힐은 영부인이 본능적으로 남편의 떨어진 두개골을 찾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힐은 그녀를 붙잡고 뒷좌석 맨 위로 기어올라갔다. 대통령 일행은 곧 파크랜드 병원에 도착했고, 대통령의 두개골에서 오른쪽 뒷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크랜드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대통령의 두개골 오른쪽 뒷부분이 사라졌음을 확인했고, 따라서 암살범이 앞 쪽에 있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오스왈드가 잠복해 있었다는 ‘텍사스 교과서보관소’ 건물에서 총이 발사된 게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X레이 사진을 조작해 케네디의 저격은 뒤쪽에서 이루어졌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린다. 케네디 피살 이틀 후에 오스왈드는 잭 루비에 의해 살해당했다. 잭 루비 역시 CIA의 정보원이었다.”

제임스 더글러스 지음/송설희·엄자현 옮김/말글빛냄/3만5000원
케네디와 말할 수 없는 진실/제임스 더글러스 지음/송설희·엄자현 옮김/말글빛냄/3만5000원


평화운동가이며 저술가인 제임스 더글러스는 이 책에서 존 F 케네디(1917∼1963) 대통령의 암살범 배후를 각종 미 정부 기록으로 유추해 내고 있다. 저자는 케네디가 미국 정부내 엘리트 우파의 ‘집단음모’로 암살됐다고 결론내린다. 케네디의 죽음은 곧 미국의 진정한 평화주의가 막을 내리고 ‘전쟁광’들이 득세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케네디의 암살로 인해 미국은 미국적 양심이 죽었고 군수업자와 대자본가, 유대인들이 활개치는 국가로 변해 버렸다고 비판한다.

“케네디 가문은 미국 정부보다 적으로 간주했던 소련을 더 믿고 있었다. 케네디 가문은 ‘진정한 친구는 소련’이라고 생각했던 케네디의 생각을 따르고 있었다. 케네디는 생전에 CIA나 국방부보다 흐루시초프라는 적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는 사실은 국제정치학의 아이러니다. 케네디와 흐루시초프는 자신들의 힘으로 미사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겉으로는 호전적이면서도 ‘자신들만의 동맹’을 은밀히 지켜 나갔다. 그들은 새로운 사명을 공유했다. 어느누구도 원치 않는 냉전의 완전 종식이었다. 흐루시초프는 보좌관을 통해 케네디 암살 사실을 보고받고 며칠 동안 흐느꼈다. 그는 평화를 위한 동지를 잃어버렸다고 토로했다.”

저자는 특히 이 책에서 케네디의 암살범보다 대자본가와 똘똘 뭉친 ‘네오콘’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케네디와 재계는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철강노조와 철강기업들의 가격 동결 합의를 깨고 US스틸이 가격 인상안을 전격 발표해 버렸다.

이에 격분한 케네디는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가 들려주었던 ‘사업가는 다 개자식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케네디는 철강 경영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철강기업들을 굴복시켰다. 미국 철강업계 1∼2위 기업인 US스틸과 베들레헴 스틸은 유태계인 JP모건과 록펠러의 그룹에 속해 있었다.

군부 및 CIA와의 갈등은 ‘쿠바 미사일 위기’로 표면화된다. 쿠바에 소련 미사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한 군부는 즉각 핵 선제공격을 요구했지만 케네디는 불허하고, 대신 쿠바행 미사일 수송선을 포함한 모든 소련 선박을 해상 봉쇄했다. 케네디는 군부의 재차 공격 요구를 거부하고, 흐루시초프를 설득시켜 쿠바에서 소련의 미사일을 철수시켰다. 군부는 케네디가 쿠바에 대한 공격을 거부하고 흐루시초프에 양보했다고 격분했고, 피델 카스트로와 대화할 계획이 발표되자 반국가행위라고 거세게 반발한다.

◇1963년 11월22일 텍사스 댈러스시에서 거리 퍼레이드 도중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저격당해 쓰러지자 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자동차 뒤트렁크에 올라가 남편의 떨어져나간 두개골 파편을 찾고 있다.
베트남전과 관련해서도 군부는 베트남 핵공격과 대량 파병을 요구했으나 케네디는 오히려 “이러고도 인류를 생각하는 국가인가”라고 개탄했다. 저자는 “케네디를 비판하는 관점에서는 케네디가 흐루시초프, 카스트로와 함께 평화를 내세우며 공산주의에 관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케네디를 제외한 보이지 않는 거대세력은 공산주의라는 악은 반드시 패배해야 한다는 당위성 아래, 어떤 수단이라도 써서 승리해야 한다는 데 집착했다. 케네디에 이은 맬컴 X, 마틴 루터 킹, 로버트 케네디 등의 암살사건은 모두 정보기관원들에 의해 저질러졌고, 그들은 모두 ‘사회의 변화’를 부르짖고 평화를 외쳤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은 신네오콘 내지 신자유주의자들이 냉전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