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겨울밤… 까칠한 피부 자꾸만 가려운데… 스테로이드제, 함부로 바르지 마세요 입력 2007-11-30 16:27:15, 수정 2015-05-03 14:37:10
![]() 초등학교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이모(26·여)씨는 최근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부 발진에다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까지 있었던 이씨는 처음부터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지 않고 임의처방으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증세가 나타나면 직장 인근 약국에서 아토피 연고를 사서 발랐는데, 몇 달 동안은 효과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곧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이 더 심해져 갔다. 당장 심해진 증세를 가라앉히려는 생각에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 아토피에 좋다는 연고를 마구 구입해 바르게 됐다. 이 연고, 저 연고를 바른 지 1년여 지난 요즘은 주름도 많이 생기고 핏줄까지 드러나 보여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 사례 2 대학생 박모(24)씨 역시 어릴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했다. 그는 얼굴과 목에 생긴 피부 발진에 좋다고 소문이 난 천연 아토피 비누를 구입해 사용했지만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이후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피부과 전문의를 방문했다. 의사는 그에게 피부가 자가 치료로 이미 많이 상한 상태였지만 강도가 약한 연고를 처방해주고 샤워할 때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라고 권했다. 의사는 박씨의 증상이 완화되자 연고 처방은 중단했지만 보습제 사용은 꾸준히 권했다. 전문의 처방을 따른 박씨는 이제 피부도 깨끗해졌고, 가려움증도 나았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요즘 피부 건조증이나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스테로이드제가 함유된 연고제를 바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두 환자의 사례에서 보듯 스테로이드는 잘 쓰면 명약이 될 수 있지만, 남용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어 사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대한피부과의사회(회장·한승경)는 스테로이드는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라며 바로 알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스테로이드란? 스테로이드(steroid)는 원래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일종이다. 부신피질 호르몬은 신장 위에 있는 한 쌍의 내분비기관인 부신의 피질 바깥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말한다. 이 호르몬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것으로 관절염, 피부질환, 염증 등의 질병에 유용한 치료약이 된다. 이와 같이 유익한 호르몬인 스테로이드는 이미 우리 몸에서 일정량 자연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너무 많이 사용한다든가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질환 중에서도 특히 스테로이드 제제를 비교적 쉽게 구입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피부질환이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피부과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뿐만 아니라 습진과 건선 등에 주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피부 위축, 여드름, 발진, 혈관 확장, 모낭염, 다모증 등이 나타나며 피부가 취약해지고 2차 세균감염의 위험이 높아진다. 피부 기능 중에 중요한 것으로 장벽의 기능이 있으나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피부 장벽 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반드시 전문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올바른 스테로이드 외용제 사용법으로 전문의 처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스테로이드에 의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부질환에 따른 등급의 외용제를 선택하고 신체 부위의 성분 흡수율을 따져서 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특정 성분들의 햠량에 따라 7등급 또는 5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강도는 낮아진다. 즉, 7등급 약이 가장 낮은 강도로 피부가 약한 어린이 등에게 주로 처방된다. 신체 부위마다 스테로이드 흡수율도 다르다. 부위별 흡수율은 손바닥 0.1%, 발바닥 0.05%, 팔뚝 1%, 겨드랑이 4%, 얼굴 7%, 눈꺼풀·생식기 30% 등이다. 그 중 흡수율이 30%로 가장 높은 눈꺼풀과 생식기는 적은 용량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 얼마나 발라야 할까? 바르는 양의 기준은 손가락 한 마디에 묻히는 양이 약 0.5gm 정도 된다. 이것을 일명 ‘핑거 팁 유닛(FTU)이라고 한다. 1FTU 양이면 한 손의 등과 바닥을 바를 정도다. 신체 부위에 따라 얼굴(목 포함) 2.5FTU(1.29g), 몸통(앞, 뒤 각각) 7FTU(3.5g), 한쪽 팔 3FTU(1.5g), 한쪽 손(등, 바닥 포함) 1FTU(0.5g), 한쪽 다리 6FTU(3g), 한쪽 발(등, 바닥 포함) 2FTU(1g)를 제시하고 있다. ◆무좀 환자와 임신부는 스테로이드제제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무좀 균은 스테로이드로 죽일 수 없다. 처음엔 가려운 증상이 완화되는 느낌이 있으나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사 처방을 받아 구입한 연고를 쓰고 나서 보관했다 다른 가족이 돌아가면서 바르는 경우가 많다. 스테로이드 연고 부작용이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다 남으면 보관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임신부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체로 먹는 약은 위험하지만 바르는 약은 괜찮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넓게 바르면 먹는 약과 비슷한 약효와 부작용이 나서 임신에 나쁜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한 회장은 “환자들은 반드시 전문의 처방전을 받아 스테로이드 제제를 구입하고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어 성분과 함량, 바르고자 하는 신체 부위에 따라 양을 조절해야만 오·남용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스테로이드 함유 연고제 바를 때 유의사항 - 개봉한 지 오래된 연고는 버려라 - 온 가족이 연고를 공동으로 쓰지 마라 - 연고제를 바를 때는 손 대신 면봉을 사용하라 - 얼굴과 눈꺼풀에는 최소 양만 발라라 - 연고 바른 부위를 밴드나 붕대로 감지 마라 - 무좀, 습진에는 전용 연고를 발라라 - 연고를 바른 후 매스껍고 소화가 안 되면 바르는 양을 줄여라 - 임신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