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시작…지나던 관광객들도 흥미
낮에는 활기로 가득…밤에는 여유도 만끽
“잠시 후 10시에 광화문 책마당 운영을 종료합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9시30분을 전후해 이같은 안내방송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졌다. 서울야외도서관이 운영하는 ‘광화문 책마당’의 금요일 운영 종료를 알리는 방송이었다. 방송이 나오자 저마다 휴식을 취하거나 무드등을 배경 삼아 책을 읽던 시민들이 가져온 짐을 하나둘씩 챙겼다.
떠날 이들이 분주한 사이 책마당을 관리하는 인원들이 방문객들이 사용했던 빈백과 읽고 간 책을 담아둔 바구니 등을 정리했다. 구겨진 채 자유롭게 놓인 빈백을 보면, 이른바 ‘불금’의 시끌벅적함 대신 책과 함께하는 저녁을 선택한 이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하게 한다.
서울야외도서관은 올해 4월 시작한 광화문 책마당과 시청 앞 서울광장의 ‘책읽는 서울광장’, 그리고 ‘책읽는 맑은냇가’ 프로그램을 오는 11월1일까지 이어간다. 구체적으로는 4월23일부터 6월28일까지 운영하며, 혹서기인 7·8월은 건너뛰고 9월4일 다시 문을 열어 11월1일까지 시민들을 맞이한다.
‘책읽는 서울광장’과 ‘광화문 책마당’에 각 5000권, 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에는 약 2000권의 도서를 준비했다. 매주 금·토·일요일마다 도심을 문화로 채우는 이 프로그램의 주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야간은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주·야간으로 구분했지만 한 자리에서 낮부터 밤까지 머무를 수도 있다.
성과도 뚜렷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야외도서관 방문객은 약 283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은 800만명에 달한다. 일본 교토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를 포함한 국내외 22개 기관이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용객 증가세도 가파르다. 서울도서관에 따르면 2024년 3개 야외도서관 방문객은 약 3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8배 수준이다. 독서 공간으로서의 성과도 확인됐다. 같은 해 서울야외도서관 이용객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85.4%가 현장에서 1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답했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91.3%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서울야외도서관의 성공 요인을 단순히 독서 인구의 증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현장을 찾는 시민 중에는 독서보다 휴식을 취하거나 도심 속 여유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이들도 더러 있다.
지난달 22일 광화문 책마당에서 만난 시민들은 ‘근처에 놀러 왔다가 들렀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그중에는 쉬러 왔다가 서가에 눈이 가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잠시 빈백에서 시간을 보낸 이도 있었다. 독서와 휴식, 문화 체험이 결합한 복합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광화문 책마당의 밤 풍경은 일반 도서관과는 사뭇 다르다. 책을 읽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 조용히 야경을 감상하는 사람이 공존한다. 서울야외도서관이 단순한 책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후 10시 운영 마감을 앞두고도 자리를 지킨 이들의 모습은 서울야외도서관이 만들어낸 새로운 도시 풍경을 보여준다.
김태희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야외도서관은 독서를 일상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는 플랫폼”이라며 “올해 세계 시민들의 방문을 통해 도시가 책을 읽는 공간이 되는 서울시의 우수 모델이 세계로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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