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배업계에서 이른바 ‘택배 쉬는 날’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택배 쉬는 날은 2020년 8월 고용노동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택배 물량 급증에 따른 종사자 과로를 방지하고자 주요 택배사 및 한국통합물류협회와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비롯됐다. 매년 8월14일을 휴무일로 정례화하고 연휴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임시방편적 조치였다. 이제 택배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선거일마다 ‘제2의 택배 쉬는 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참정권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일괄 휴업을 의무화해야 하고, 이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겐 강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가 전체 물류망을 인위적으로 마비시키려는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틀간의 사전투표와 교대근무, 근로기준법상 법정투표시간 보장을 통해 참정권은 이미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노동 환경과 휴식권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휴업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들을 향해 획일적 규제를 요구하는 주장 역시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기본을 망각하는 아집이다. 개별 기업마다 물류 시스템, 인력 구조, 배송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백업 기사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가동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경우 선거기간 기사들이 순환하며 휴무를 실시해 배송 마비 없는 참정권을 구현해 냈다.
반면 일괄 셧다운을 선언한 대기업 택배사들조차 화물차 기사와의 개별 계약으로 새벽·당일 배송을 정상 운영한다. 오히려 휴일 다음 날 폭증하는 적체 물량은 배송 종사자들에게 극한의 과로를 부과하는 심각한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노조의 주장은 심각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대다수 택배기사는 임금근로자가 아닌 독립된 ‘개인사업자’다. 대한민국에는 약 655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존재하고, 수십만 명의 택시·버스기사들이 선거일에도 생업을 이어간다. 이들 중 누구도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일에 쉬어야 한다고 생떼를 쓰지 않는다. 조직력과 집단행동의 위세를 과시하는 택배노조만이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사업자의 피해를 강요하고 있다.
노조의 극단적 이기주의에 따른 각종 노사분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야기했다. 일자리 창출을 파괴해 노동자에게는 고통을, 국민경제에는 치명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종합 순위는 2024년 20위에서 2025년 27위로 추락했고, 노동시장 부문 경쟁력은 같은 기간 31위에서 53위로 22계단이나 폭락했다. 헤리티지재단의 경제자유지수 평가에서도 대한민국 노동시장 자유도는 세계 100위로 수년째 최하위권에 묶여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조 활동은 구성원의 헌법상 기본권 및 타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지 않아야 할 ‘내재적 한계’가 엄격히 존재한다. 조합원의 자율적 투표권을 제한하거나 기업의 영업권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노조의 독선은 정당한 활동 범주를 일탈한 것이다.
획일적 수렴을 강요하는 제1·제2의 ‘택배 쉬는 날’은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 개별 기업의 여건에 맞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순환 휴무 시스템으로 조속히 대체돼야 한다. 시장의 다양성과 경제 활력을 파괴하는 초법적 특혜의 강요를 멈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의 노사관계로 나아가는 첩경이고 올바른 길이다.
최광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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