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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팔아 집 살까요?”…동탄·수지 매수 심리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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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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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주식 차익, 갈아타기 자금으로 이동
무주택자 주식 자본이득 70%, 부동산 유입 추정
동탄·수지·영통 등 직주근접지 문의 먼저 움직여

“이거 팔면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요?”

 

반도체 업황 호조와 주식시장 강세가 겹치면서 동탄·용인 수지·수원 영통 등 경기 남부 주요 주거지역의 매수심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반도체 업황 호조와 주식시장 강세가 겹치면서 동탄·용인 수지·수원 영통 등 경기 남부 주요 주거지역의 매수심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경기 화성 동탄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매물을 보러 온 30대 직장인은 상담 테이블에 앉자마자 스마트폰 증권 앱을 열었다. 화면에는 보유 주식 평가액과 대출 한도, 당장 팔 수 있는 주식 금액이 차례로 떠 있었다.

 

집을 살 때 묻는 말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예금 잔액과 대출 한도가 먼저였다. 요즘은 주식 차익, 성과급, 자사주까지 함께 따진다. 반도체 업황 호조와 주식시장 강세가 겹치면서 미뤄뒀던 갈아타기 자금을 다시 맞춰보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연구진이 최근 공개한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 변화를 숫자로 보여준다.

 

보고서는 국내 가계가 주식으로 번 돈을 곧장 소비로 쓰기보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옮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봤다. 특히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70%가량이 부동산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 주택 매입자금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확인된다. 한은이 인용한 국토교통부 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 집계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택매입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2025년 5월 4.9%에서 2026년 1월 8.9%로 높아졌다. 주식 계좌에서 생긴 돈이 여행이나 소비보다 집값 보태기에 먼저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아파트값도 선호 지역부터 반응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5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31% 올랐다. 수도권도 0.17% 상승했다.

 

경기 남부권의 오름폭도 눈에 띈다. 같은 조사에서 화성 동탄구는 0.46%, 용인 수지구는 0.38%, 수원 영통구는 0.35% 올랐다. 이들 지역은 반도체 산업권과 출퇴근 생활권이 겹치거나 직주근접 수요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주식 수익까지 따지는 ‘매수 상담’

 

경기 남부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최근 주식 수익과 성과급을 합쳐 매수 가능 가격대를 묻는 상담이 늘었다는 말이 나온다.

 

동탄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대출 한도만 묻는 손님보다 주식 수익금이나 성과급까지 보태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고 묻는 손님이 더 눈에 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송파와 경기 남부권이다. 송파는 강남권 생활 인프라를 공유하면서도 강남·서초보다 진입 부담이 낮다고 여겨진다. 판교, 기흥, 동탄 등 정보기술·반도체 업무지구로 이동하기도 비교적 수월하다.

 

동탄과 수지, 영통도 비슷하다. 직장 접근성, 신축 선호,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함께 작용한다. 주식 차익이나 성과급으로 현금 여력이 생긴 30·40대 직장인들이 실거주와 자산가치를 함께 따지는 지역이다.

 

물론 돈이 생겼다고 아무 아파트나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먼저 버틸 만한 동네부터 찾는다. 회사까지 다닐 수 있고, 학교와 상권이 가까우며, 시장이 식어도 가격 방어가 될 만하다고 보는 곳이다.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전화가 몰리는 동네와 조용한 동네가 갈린다.

 

◆주식 차익, 집값 변수로 커졌다

 

한은은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이 커진 뒤 일정한 시차를 두고 부동산 순매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주택이 강한 자산 축적 수단으로 여겨진다.

 

주식으로 번 돈이 바로 식당이나 여행지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계좌에 찍힌 수익을 보면서 먼저 떠올리는 건 소비보다 집이다. 조금 더 좋은 입지, 한 칸 더 넓은 평형, 아이 키우기 편한 동네로 옮길 수 있느냐를 따지게 된다.

 

효과가 모두에게 똑같이 가는 건 아니다. 먼저 움직이는 쪽은 주식을 많이 갖고 있거나 현금을 보탤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반도체주가 오르고 성과급 얘기가 나와도, 실제로 집을 보러 다니는 건 결국 계좌와 대출 여력에 숨통이 트인 수요자다.

 

반도체발 유동성이 전체 주택시장을 고르게 밀어 올리기보다 송파와 동탄, 수지, 영통처럼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매수심리를 먼저 건드릴 가능성이 큰 이유다.

 

이미 집을 살 생각이 있었던 사람, 갈아타기를 고민하던 사람, 전세에서 매매로 넘어갈 시점을 보던 사람에게 계좌 수익과 성과급은 결정을 앞당기는 재료가 될 수 있다.

 

◆‘31조대’는 확정액 아닌 계산값

 

시장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삼성전자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이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에는 DS부문을 대상으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담겼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 제도의 틀은 유지하되 지급률 상한을 없애고, 세금 원천징수 뒤 남은 금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시장 안팎에서 거론되는 ‘31조대’는 확정 지급액이 아니다. 사업성과를 영업이익으로 보고,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 안팎을 대입했을 때 나오는 계산값이다. 300조원에 10.5%를 적용하면 약 31조5000억원이 된다.

 

최종 지급 규모는 실제 실적, 산식 확정,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자사주 지급 조건,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급 방식도 현금과 다르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세금 원천징수 뒤 자사주로 지급되는 구조다. 지급받은 주식 중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 제한이 걸린다.

 

부동산 시장이 보는 지점은 성과급이 얼마나 크냐보다 언제 실제 돈으로 바뀌느냐다. 현금 성과급은 곧장 매수 자금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자사주는 계좌에 들어와도 전부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매각 제한이 풀리는 시점에 일부 지역의 매수 여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집값 방향을 반도체 호황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금리, 대출 규제, 전세가격, 매물 부족, 신규 공급 물량이 함께 움직인다. 성과급과 주식 차익만 보고 무리하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성과급과 주식 투자 수익을 갈아타기 자금에 넣어 계산하는 수요가 늘면서 직주근접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성과급과 주식 투자 수익을 갈아타기 자금에 넣어 계산하는 수요가 늘면서 직주근접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됐다고 본다. 이번에는 반도체 호황, 자사주 성과급, 경기 남부 주거 선호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돈의 이동 경로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급이나 주식 차익이 곧바로 매수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미 갈아타기를 고민하던 수요자에게는 결정을 앞당기는 재료가 될 수 있다. 동탄·수지·영통처럼 직장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가 함께 갖춰진 지역은 이런 자금 흐름을 먼저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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