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신뢰 상실이 부른 ‘사상 초유의 냉담’
붉은 함성 대신 흐르는 서늘한 침묵
팬들이 월드컵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유
“월드컵이 이렇게 조용해도 되나.”
대회 개막을 앞둔 대한민국 축구계의 풍경은 낯설다 못해 기이하다. 거리를 가득 채우던 붉은 함성과 축제 분위기 대신, 지금 광장을 채우고 있는 것은 서늘한 침묵이다. 본선 무대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음에도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 부자연스러운 침묵의 한가운데서,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전드들이 먼저 무거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축제가 되어야 할 월드컵을 앞두고, 왜 그들은 환호 대신 쓴소리를 먼저 뱉어야 했을까.
24일 축구계에 따르면,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은 지난 22일 JTBC 인터뷰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다 우리의 잘못이다. 축구인들의 잘못이다”라며 사실상 축구계를 대표해 사과했다.
차 감독은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른 것은 내려놓고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면 감사드리겠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 대표팀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팬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경기인 체코전(6월12일)도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월드컵을 둘러싼 분위기는 과거만큼 뜨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드컵은 통상 한국 축구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기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표팀을 향한 관심 자체가 눈에 띄게 식었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표팀을 둘러싼 신뢰의 균열이 자리한다. 지난 2024년 7월 홍명보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 이후 비판 여론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무관심’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A매치 때마다 만원 관중을 기록하던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최근 5경기 연속 매진에 실패했다. 대표팀을 향한 열기가 숫자로도 확인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국가대표 출신 방송인 안정환 역시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안정환은 지난 21일 서울 신도림 더링크호텔에서 열린 틱톡 오리지널 예능 ‘티키티키 타카타카 토크토크쇼’ 제작발표회에서 “최근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과거에도 월드컵을 앞둔 과정에서는 늘 잡음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과도한 비관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생각해보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는 어떤 감독이 와도 늘 잡음이 있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나온 뒤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월드컵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저도 당연히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본선 시작 전부터 이어지는 감정적 비난에는 거리를 뒀다. 안정환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유 없이 비판하는 건 좋지 않다”며 “국민들은 잘못했을 때 욕할 수 있고, 감독과 선수는 그 질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응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선수 시절 경험도 떠올렸다. 안정환은 “저도 선수하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며 “못하면 저도 가장 많이 욕할 예정”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대표팀의 마지막 평가전 상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6 FIFA 월드컵을 37일 앞두고 홍명보호는 FIFA 랭킹 100위 엘살바도르와 최종 평가전을 치르기로 했다. 본선 준비 막바지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선택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엘살바도르축구연맹은 공식 발표를 통해 6월 A매치 기간 한국과의 친선경기를 확정했다. 경기는 6월4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샌디의 아메리카 퍼스트 필드에서 열린다. 대표팀은 다음달 18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이동해 고지대 적응 사전 캠프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의 핵심은 ‘고지대 적응’이다. 조별리그 주요 경기가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는 해발 약 1570m에 위치해 있어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의 경기 대응이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대표팀은 이번 평가전을 통해 고지대 환경에 대한 실전 적응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평가전 상대가 본선 진출에 실패한 팀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뒤따른다. 전술 완성도 점검과 본선급 강호 대비라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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