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3대 의혹’ 중 하나인 ‘명태균 공천개입(여론조사 무상제공) 의혹’이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되면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판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재판부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 대해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을 두고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의 김씨 자본시장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우선 김씨가 명씨 측과 여론조사 관련 계약을 맺은 적이 없고 여론조사 방법이나 결과 공표, 배포 등에 관해 명씨에게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김씨)과 미래한국연구소·피플네트웍스(PNR) 사이 여론조사 관련해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명씨는 (국민의힘의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는 여론조사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피고인 부부(윤 전 대통령 부부)와는 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다”고 했다.
앞서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김씨가 2021년 6월∼2022년 3월 배우자인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등에 관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오 시장의 경우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공표용 여론조사 3회, 비공표용 여론조사 7회를 받고 그 비용 3300만원을 후원자인 김한정씨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겼다.
오 시장 사건 역시 4·7 보선 전 후보자나 선거캠프 측이 미래한국연구소나 PNR 측과 여론조사 계약을 맺지 않았고, 구두나 묵시적인 계약을 체결한 적도 없다는 점에서 상황이 같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명씨는 당시 캠프 측에 여론조사 비용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씨를 과장이 심하고 망상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는데, 이 점도 오 시장 사건에서 피고인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재판부는 “명씨는 ‘빵(0)선 국회의원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고, 빵선 대통령 윤석열도 당선시켰으며, 10년 백수인 오세훈도 서울시장 만들었다’고 말하는 등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검찰·특검 수사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허황된 주장을 한다는 지적을 수 차례 제기한 바 있다.
명씨가 김씨에게만 제공한 여론조사가 3차례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께 제공했다는 점 역시 무죄의 한 근거가 됐다. 김건희 특검팀은 오 시장 등의 공소장에 명씨가 오 시장 측에 여론조사를 10차례 넘겼다고 적시했으나, 이 중 오 시장에게 전달된 건 3건(2건은 중복)에 불과하다는 게 오 시장 측 입장이다.
아울러 김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의 설계부터 실시, 공표, 배포 과정까지 어떠한 지시나 관여 등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론조사로 얻게 되는 이익이 귀속되지 않는다고 본 법원 판단 역시 오 시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미끼’로 유력 정치인들에게 접근하는 명씨의 전형적인 수법을 지적한 점도 유의미한 부분”이라고 했다.
각 재판부는 원칙상 독립적으로 사건을 판단하지만, 김씨 사건과 오 시장 사건처럼 여러 사실관계와 쟁점이 겹치는 경우 한발 앞서 선고가 나온 김씨 사건에서의 판단이 오 시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결국 재판의 향배는 특검팀이 오 시장의 ‘대납 요구’를 입증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명씨의 여론조사 제공을 재산상의 이익으로 본 김씨 사건과 달리 오 시장 사건은 비용 대납 의혹이라는 점에서 오 시장이 후원자 김씨에게 대납을 요구했거나 지시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얘기다.
명씨는 검찰 조사 때 “오 시장이 통화에서 ‘지금 김한정씨한테 정치자금법 위반 위험이 있어 여론조사비 2000만원을 빌리러 간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 시장 측은 후원자 김씨가 선거캠프나 이후 서울시에서 어떤 직책도 맡은 적 없고, 김씨가 명씨 측에 돈을 보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후원자 김씨도 본지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명씨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명씨가 경제적 어려움 등을 호소해 몇 차례 돈을 보내줬을 뿐, 오 시장이나 선거 캠프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4·7 서울시장 보선뿐만 아니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전당대회 전과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 전에도 비공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도 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오 시장의) 휴대전화 8대를 탈탈 털어도 오 시장이 (후원자) 김씨에게 여론조사나 비용 관련 얘기를 했다는 증거는 전무했다”며 “그 이유는 그런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오 시장 측은 김건희 특검팀의 기소가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기소’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 “비용 대납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는 없고 명씨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특검팀을 직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3월4일 오 시장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열고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이자 의혹의 첫 제보자로 알려진 강혜경씨의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이어 같은 달 18일과 20일 두 차례 공판에 명씨를 증인으로 부른다. 명씨와 강씨는 한때 함께 일했으나, 사이가 틀어져 서로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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