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액 5배 배상 책정 가능 불구
‘중과실 없음 증명하면 적용 안 돼’
단서조항 탓에 기업들 책임 회피
李, 법제처에 강제조사권 검토 지시
경찰, 본사 사무실 강제수사 착수
김범석, 17일 청문회 증인 채택
美 본사 대상 소송 200여명 참여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국내 개인정보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이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에 대한 실효적 제재를 주문하고,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와 국회 청문회 개최, 유출 피해 고객들은 물론 소상공인들의 손해배상 청구 움직임 등이 겹치며 쿠팡이 사면초가에 빠지는 형국이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리포트에서 “쿠팡에서 5개월간 337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이 확대되면 아직 손해배상이 진행되지 않은 SK텔레콤, KT 등 다른 기업 배상액도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2015년 도입됐지만 10년간 단 한 차례도 인정된 적이 없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유출 피해가 발생하면 법원이 손해액의 5배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개인정보처리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 탓에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를 언급하며 기업에 부과하는 과태료 현실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법제처에 “경제 제재를 통한 처벌을 현실화하기 위해 강제 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하면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강제조사 권한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쿠팡 사태와 관련해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 현실화를 주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소한의 윤리와 책임을 저버린 쿠팡을 기다리는 건 최고 수준의 처벌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7일 ‘쿠팡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강한승 쿠팡 북미사업개발 총괄, 브렛 매티스 쿠팡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등 증인 9명과 참고인 5명을 채택했다. 쿠팡 창업주이지만 해외에 체류하면서 과실만 챙기고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김 의장이 출석할지 주목된다.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산하고 있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김국일 법무법인 대륜 경영대표는 “쿠팡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다. 미국 사법시스템의 강력한 칼날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상장사의 지배구조 실패와 공시의무 위반을 다루는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륜 측은 한국 소송에 참여한 약 200명이 미국 소송에도 참여했으며, 소송 참가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탈팡(쿠팡탈퇴)’ 행렬이 200만명가량 늘어나며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 피해가 커지면서 소상공인들의 집단 대응 가능성도 제기된다. 쿠팡 2025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 입점 판매자의 75%는 중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최근 “쿠팡 입점 소상공인 및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 소상공인들을 망라해 집단소송을 조직하는 등 소상공인들의 피해 보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설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쿠팡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그간 쿠팡 측으로부터 서버 로그 기록 등을 임의제출받아 범행에 사용된 IP 주소를 추적해 왔다. 이번 강제수사는 개인정보 유출 용의자를 쫓는 동시에 이번 사건 관련 쿠팡 측 보안 부실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쿠팡의 약관을 조사 중이다. 쿠팡이 지난해 이용약관 38조 7항에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불법적 접속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한 사실이 이번 사태 후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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