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어젠다는 단연 ‘기후적응’
막대한 재원조달 여전히 ‘발목’
지역화 기반 새 돌파구 찾아야
10일부터 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린다. COP, 쉽게 말해 기후총회는 전 세계가 매년 한자리에 모여 기후위기 시대의 규칙을 만드는 자리다. 이번 COP30의 핵심 어젠다는 단연 ‘기후적응’이다.
올해 총회를 이끄는 안드레 코레아 두 라구 COP30 의장은 최근 서한에서 “기후적응은 더는 온실가스 감축 뒤에 오는 보조 수단이 아니다”라며 “우리 생존을 지탱하는 첫 번째 축”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고위급 인사 또한 COP30을 기후적응의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모든 정책에 적응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렇지만 갈 길은 멀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적응 격차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UNEP는 전 세계 172개국에서 발표된 국가적응계획(NAP)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이 2035년까지 필요로 하는 적응재원은 연간 3100억달러(약 443조원)다. 그러나 실제로 흐르는 재원은 260억달러(약 37조원)에 불과하다. 12∼14배의 격차가 존재한다. 앞서 2021년 국제사회는 올해까지 적응재원을 2배로 늘리기로 약속했으나, 현시점에서 그 약속의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해당 재원으로는 기후적응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적응재원이 쓰이는 방향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적응재원 상당수는 생태계 복원(23%)이나 인프라 강화(18%) 등 물리적 복원에 집중돼 있다. 폭염 및 공중보건 대응·사회안전망 구축 등 ‘사람 중심의 적응’으로 흘러가는 재원은 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이 중 사업의 효과가 제대로 평가되는 경우는 전체 30% 미만이었다. 대다수는 사업 실시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극한 폭염이 더 길어지고, 바다는 조금씩 해안을 집어삼키고 있다. 사과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지역이 서서히 북쪽으로 올라오는 등 농업 지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묻지 않고 있다. 이 변화에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 내가 사는 동네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기후적응이 중요하다’는 말만 남고, 그 안을 채워야 할 현실의 숫자와 세심한 계획은 비어 있다.
UNEP는 이렇게 말한다. 기후적응은 단순히 폭염을 버티고, 제방을 높이는 식으로 재해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말이다. 기후위기로 달라지고 있는 세계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존엄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새로 설계하는 일, 그것이 진짜 기후적응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앞서 COP30 의장이 말한 “우리 생존을 지탱하는 첫 번째 축”이란 표현이 여기서 무게를 가지는 이유다. 도시계획, 보건, 사회복지, 농업 등 사회 모든 정책이 앞으로 기후위기에 맞게 재설계돼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공동체를 다시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 사회의 가치와 비전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방향을 묻는 말이기도 하다. UNEP는 기후적응 관련 계획 대부분이 국가 단위에서 보고되는 점을 언급하며, 실제 계획의 이행과 영향은 지역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꼬집었다. 기후적응 계획과 이행이 중앙 집중형에서 ‘지역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UNEP는 “기후적응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기후정책 대다수를 중앙정부 주도의 계획서와 매뉴얼 중심으로 접근해 왔다. 그 결과, 이행과 검증의 구조는 비어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행과 검증의 구조가 아직 비어 있는 한, 기후적응 역시 공허한 말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제는 지방정부와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생활 기반의 적응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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