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동결·무상보육 공약 호응
당선 연설 통해 “부패 문화 멈춰야
권력 쌓게 해준 조건 무너뜨릴 것”
트럼프는 “이제 시작이군” 맞받아
소득세 인상 등 급진적 정책 우려
짧은 정치 이력은 약점으로 꼽혀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지방선거에서 전 세계의 관심은 단연 시장을 뽑는 뉴욕으로 향했다. 뉴욕이 세계 최대 도시여서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극우·보수 세력이 미국 정치를 완전히 장악한 미국 정치판에 진보적 정책으로 무장한 34세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가 선거 레이스 기간 줄곧 선두를 달리며 온갖 이슈를 빨아들인 덕분이었다.
결국, 맘다니는 이날 치러진 뉴욕 시장선거에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한발 떨어져 관망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투표 하루 전인 막판 개입했음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전인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완전히 실패한 기록만 있고 경험도 없는 공산주의자보다는 차라리 성공 기록이 있는 민주당 후보가 이기는 게 낫다”며 민주당 출신 쿠오모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한 바 있다.
맘다니는 선거 기간 내내 눈에 띄는 진보적 공약을 내걸었다. 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기업과 고소득층에게 부과한 신규 세금을 통해 버스요금 지원과 무상보육 확대 등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시민들에게 더 저렴한 식료품을 제공하기 위해 시가 직접 식료품점 5곳을 설립하는 등 저소득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는 고물가로 인해 미국 타 지역 대비 70% 이상 높은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 태생의 인도계 무슬림으로 미국 시민권을 딴 지 불과 7년밖에 안 된 이민자라는 배경, 대학 졸업 후 뉴욕에서 아시아계 저소득층 시민들을 상대로 주거 상담사를 하는 등 진보 활동을 이어온 경력 등도 그의 진보적 색채를 돋보이게 했다.
시민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독특한 선거 운동은 그의 특별함을 더욱 부각시켰다. 선거운동 기간 중 그는 뉴욕시 전역의 길거리에서 수많은 시민을 만나 시장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인터뷰했고, 그 과정을 기록해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했다. 이런 독특한 소통 방식은 Z세대의 호감을 샀고, 이를 통해 ‘맘다니 돌풍’이 본격화됐다. 34세의 정치신인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구심력을 잃은 민주당의 체질 개선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순식간에 떠올랐다.
맘다니는 이날 당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선전포고 했다. 그는 “나쁜 임대인에게 책임을 묻겠다. 트럼프와 같은 억만장자의 탈세를 가능하게 한 부패 문화를 멈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독재자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방법은 그가 권력을 쌓을 수 있게 해준 조건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단지 트럼프만 멈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도 멈추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맘다니는 또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라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의 당선이 확정된 뒤 SNS에 “이제 시작이군!”이라는 글을 올려 그의 도발에 응수했다.
다만, 부유층 출신에 고급 교육을 받은 맘다니가 과연 진보를 이끌 인물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그의 부친 마무드 맘다니는 컬럼비아대 교수로 정치학과 아프리카학을 연구한 저명 학자이며 모친은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두 차례 오르며 미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영화감독 미야 나이어다. 맘다니 역시 명문 공립고교, 대학을 나오는 등 전형적인 부유층의 삶을 살았다. 이에 이번 시장선거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은 맘다니를 두고 ‘금수저’와 비슷한 의미인 ‘네포 베이비’(nepo baby)라고 비꼬기도 했다.
짧은 정치 이력도 약점이다. 향후 맘다니의 정치 행보에서 역경이 생길 때마다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그의 급진적인 정책은 우려를 낳는다. 맘다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뉴욕에 오면 체포하겠다”고 말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백만장자 소득세율 2%포인트 인상과 기업세 인상 등 공약에 월가는 반발했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심장부에 사회주의자는 안 된다’며 맘다니 낙선을 위해 돈을 썼다. 공화당이나 재계에선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월가 씨티그룹의 한 임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의 공공 안전과 삶의 질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어떤 고용주라도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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