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야당은 왜 필리버스터에 나선 걸까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5-10-06 10:00:00 수정 : 2025-10-06 09:36:19
변세현 기자 3hyun@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두고 국회에선 4박5일간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4건의 쟁점법안에 대해 4번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4시간이 지날 때마다 토론을 종료시키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치권에선 추석 직전 한 번 더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국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법안 처리는 연휴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국민의힘이 각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야당의 반대에도 여당은 어떻게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을까. 연휴 직전 국회에서 벌어진 필리버스터를 되짚어봤다.

 

지난 9월 25일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수당 ‘최후의 수단’인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는 의회 소수당이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합법적 수단을 통칭한다. 한국에선 의원들이 끝없이 발언을 이어가는 무제한 토론을 의미한다.

 

국회법 제106조의2(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에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다. 다수당에 맞서 소수당이 취할 수 있는 원내의 마지막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법안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리버스터는 1) 토론을 할 의원이 없거나 2) 토론 중 회기(국회 활동기간)가 종료되거나 3)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요구하고, 토론 시작 24시간이 지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된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도 결국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의석은 필리버스터 종결에 필요한 의석(현재 179석)보다 많다. 여권은 이를 통해 24시간이 지날 때마다 무제한 토론을 종결시켰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4박 5일간의 필리버스터도 결국 모든 쟁점법안이 통과되며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소수당은 국민의 관심을 끌고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필리버스터를 사용한다. 다수당에서도 법안 강행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생기는 만큼 필리버스터는 타협과 협상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지난 9월 26일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으로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기록을 세운 뒤 주호영 국회 부의장 등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의견 격렬히 갈리는 법안엔 어김없이 ‘필리버스터’

 

한국 최초 필리버스터의 주인공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64년 4월 자유민주당 김준연 대표의 체포 동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5시간19분동안 필리버스터에 나섰고, 결국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처리되는 것을 막아냈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유신체제 이후 국회법에서 폐기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다시 도입됐다. 해머와 전기톱, 최루탄까지 등장했던 ‘동물국회’를 고쳐보자는 취지였다.

 

이후 한국 정치사에선 여야 입장이 극렬하게 갈릴 때마다 어김없이 필리버스터가 등장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38명의 의원이 19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에 나서기도 했다. 2019년에는 당시 자유한국당이 공수처법을 저지하기 위해, 2022년 4월에는 국민의힘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다만 해당 법안들은 결국 모두 통과됐다.

 

22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총 16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 전국민 24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맞서왔다.

 

지난 9월 29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한 의원들이 4박 5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거쳐 5개의 법안 처리를 끝낸 뒤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4박5일 필리버스터 부른 4개 쟁점법안 

 

이번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법안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총 4개다.

 

가장 쟁점이 된 법안은 검찰청 폐지와 기재부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이다.

 

민주당은 그간 수사와 기소 역할을 독점한 검찰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권한을 남용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통과된 정부조직법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검찰이 가진 수사와 기소 기능을 담당하게 했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된다.

 

기획재정부는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바꾸고, 예산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이관한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재부가 각 부처 정책에 지나치게 개입해왔다는 비판이 반영된 결과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 내 에너지 분야를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고, 윤석열 정부가 폐지를 선언한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담겼다.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폐지하고 방미통위를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검찰청 폐지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자 수사 공백을 초래해 민생 수사를 지연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기재부 분리 방침도 예산과 재정 기능을 떼어낸 경제정책 총괄은 불가능하다며 ‘실패가 예정된 길’이라고 반대한다. 방통위를 폐지하고 방미통위를 설치하는 건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내쫓기 위한 ‘위인설법’이라며 맞섰다.

 

연휴 이후 국회에서 다시 필리버스터 정국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회에는 69개의 민생법안이 계류돼있다. 이 중에서도 민주당이 제시한 10개 핵심법안(영유아보육법, 응급의료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은 여야 이견이 덜한 ‘비쟁점 법안’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그간 관례를 깨고 10월 중순 국정감사 기간에 본회의 개최를 추진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비쟁점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 카드를 놓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실제 필리버스터에 나설 경우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총 70일이 소요된다. 다만 송언석 원내대표가 연휴 직전인 2일 “의사일정과 안건에 대해 여야가 합의한다면 필리버스터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협치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오피니언

포토

이유비, ‘겨울 요정’
  • 이유비, ‘겨울 요정’
  • 한그루, 한복 여신 비주얼
  • 아이브 가을 '상큼 발랄'
  • 원지안 '매력적인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