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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입은 옛 반군 지도자 “60년 만에 시리아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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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5 09:28:18 수정 : 2025-09-25 09:28:17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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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이후 58년 만에 성사된 유엔 총회 연설
“국제사회 복귀… 주변국에 안정·평화 안길 것”

미국 뉴욕에서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총회 연설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다”고 선언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가 초래한 한국의 외교 공백이 9개월여 만에 해소됐음을 알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 유엔 총회에서는 거의 60년 만에 국제사회 복귀를 신고한 국가도 있어 눈길을 끈다. 2024년 12월 독재자의 축출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시리아가 주인공이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시리아 국가원수가 유엔 총회장 연단에 오른 것은 1967년 이후 무려 58년 만의 일이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이날 유엔 총회에서 자국을 대표해 연설했다. 시리아 국가원수의 유엔 총회 연설은 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 직후 누레딘 알아타시 당시 대통령이 총회장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은 이후 58년 만에 처음이다. 시리아가 이집트·요르단과 한 편이 되어 이스라엘과 싸운 제3차 중동전쟁은 개전 후 불과 6일 만에 이스라엘의 압승으로 끝나 ‘6일 전쟁’으로 불린다.

 

이날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지난 60년간 거의 100만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십만명을 고문한 독재 정권이 끝나 시리아는 이제 국제사회로 복귀하고 있다”며 “세계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시리아에 합당한 위치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주변국에 위기를 수출해 온 시리아가 앞으로는 그 대신 안정, 평화, 번영을 제공할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시리아에 부과해 온 제재를 모두 해제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특히 오랜 적국인 이스라엘을 향해 “시리아에 대한 위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 정부는 시리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는 말로 화답했다. 양국은 지난 8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안보 협정 체결을 위한 비공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는 제3차 중동전쟁 패전 이후인 1971년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에 의한 독재 정부가 들어섰다. 2000년 그가 사망한 뒤로는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전권을 쥐고 한층 더 악질적인 대국민 억압 정책을 폈다. 결국 2011년 바샤르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이 반군을 조직하고 정부군과의 교전에 나서며 장장 14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의 막이 올랐다.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미국 뉴욕 유엔 본부를 방문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왼쪽)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은 바샤르 정권이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반군을 제압하나 싶었는데 변수가 발생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한 것이다. 병력과 물자를 소진한 러시아군은 시리아 정부군을 도울 여력이 없어졌고, 이 틈을 노린 반군의 집요한 공세 앞에 바샤르 정권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2024년 12월 독재자 바샤르가 러시아로 망명한 뒤 임시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반군 지도자 알샤라가 시리아의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이날 유엔 총회장 연단에 선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지난날 반군 지도자의 호전적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듯 양복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맸다. 그는 시리아가 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를 치를 예정이며,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와 법률을 갖춰나가는 중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어 “시리아가 겪은 고통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가자 지구 전쟁의 즉각적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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