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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사회의 거울이다 [이지영의K컬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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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외국인 노동자의 참혹한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김포의 한 공장에서 야간 근무 도중 쓰러져 숨진 미얀마 노동자, 전남 곡성 농장에서 포클레인에 깔려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이주노동자, 그리고 영암의 돼지농장에서 부당한 처우 끝에 삶을 스스로 마감한 네팔 청년. 2025년 상반기에만 산업재해로 숨진 외국인 노동자가 38명에 달해 전체 사망자의 13.2%를 차지했다는 통계는 그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현장에 집중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더 심각한 것은 김포 사례처럼 부검 없이 사건이 종결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개인의 불운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사회적 무관심이 빚어낸 구조적 방기의 결과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세계에 내보내는 이미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금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는 지구촌 곳곳에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한국의 배우와 가수들은 ‘쿨’하고 ‘블링블링’한 이미지로 글로벌 무대를 장악한다. 이제 한국 문화는 국가 브랜드와 국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은 너무나 참담하다. 우리가 세계에 전하는 것이 진정한 ‘꿈의 이미지’가 되려면 화려한 무대 뒤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문화는 사회의 거울이다. 문화강국은 무대 위의 조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들이 박수를 받고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상을 휩쓴다 해도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생명과 안전이 무시된다면 그 문화적 힘은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국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9대 핵심 인권협약 중 ‘이주노동자권리협약’에만 유일하게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법과의 충돌을 우려해 우리 정부는 여전히 가입을 미루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진정한 국격을 논할 수 있을까.

 

따라서 K컬처의 힘을 높이고 넓히려면 사회 내부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존중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전환, 안전망 강화, 투명한 사고 조사, 그리고 이주노동자권리협약 가입을 통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메시지이자 지속가능한 K컬처의 토대다.

 

문화는 무대 위에서만 빛나지 않는다.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K컬처의 화려한 조명도 꺼져버릴 불빛에 불과하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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