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신 부모님이 먼저 생각납니다. 앞으로도 더 다듬질하며 노력하겠습니다.”
국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 장원에 오른 최호성(38·사진)의 수상 소감은 짧지만 진심 어린 울림을 담고 있었다. 그는 이날 전북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경연에서 판소리 ‘심청가 중 인당수 빠지는 부분’ 대목을 열창해 명창 반열에 올랐다. 대통령상과 함께 국악계 최고 상금인 7000만원을 받았다.
‘심청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특히 애절한 대목이 많은 작품으로 손꼽히는데, 인당수 빠지는 부분은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순간을 다룬 절절한 장면이다. 30대 젊은 소리꾼인 최 명창은 소리의 완급이 빼어나고 특유의 절제된 감정과 몰입으로 심사위원들은 물론 청중평가단과 관객의 이목을 한눈에 받았다. 생중계로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 역시 그의 소리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국악의 진수를 체험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최 명창은 여덟 살부터 윤진철 명창에게서 소리를 처음 배웠다. 이후 안숙선·채수정·염경애 명창으로부터 사사했지만, 그의 소리에는 윤 명창의 소리 특성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제24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대상(2008년)을 수상했고, 앞서 제27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에서는 장려상(2021년)을 받아 실력 있는 소리꾼으로 지목됐다.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선 굵은 연기와 남성적인 매력을 바탕으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변강쇠 등 주역을 훌륭히 소화하면서 지금껏 활동하고 있다.

최 명창은 수상 소감을 통해 “무대에 오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며 “국악을 놓지 않도록 묵묵히 뒷바라지해 준 가족들, 특히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번 장원이 결승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여기고, 소리에 더욱 정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제43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전국대회와 함께 지난 7일 궁도부 대회를 시작으로 이날 본선까지 24일간 진행됐다. 국립무형유산원을 비롯해 전주대사습청, 한국전통문화전당, 우진문화공간, 전북도청, 전주 천양정 등 다양한 장소에서 경연이 이뤄졌다.
특히 올해 전국대회는 일반대회 부문에서 고법 신인부와 판소리 신인부를 폐지하고, 고법 명고부와 무용 전공부를 신설 개편하는 등 전국대회 수준 격상을 위해 변화도 시도됐다. 또 투명하고 공정한 대회 진행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판소리 명창부 본선 심사 청중평가단을 공개 모집해 운영됐다.
29일 전주 라한호텔에서는 대회 관계자의 노고를 격려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2025 전주대사습놀이의 밤’ 행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 국악인과 예술단체, 후원기관,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1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주대사습놀이를 함께 기념하며 축하 공연과 만찬 등 시간을 함께 즐겼다.
이외에도 지난 12일에는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전주대사습놀이 보존·전승과 발전을 도모하고, 무형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전주대사습놀이 문화콘텐츠’를 주제로 한 학술포럼이 진행됐다. 14일부터 25일까지는 전주한옥마을 전주 대사습청에서 대사습놀이 역대 장원자와 명인·명창들이 대거 참여해 ‘김예진 흥보가 완창 판소리’, ‘장원자의 밤’, ‘창작의 밤(노세 젊어놀자)’, ‘어전광대 무대에 오르다’ 기획 공연을 진행해 청중과 관광객 등에게 다채로운 국악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부분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농악부 중앙타악연희단(국회의장상) △무용 명인부 박차은(국무총리상) △민요 명인부 김리한(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고법 명고부 김영주(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가야금병창 명인부 박지원(전북도지사상) △기악부 이동건(㈜문화방송사장상) △무용 일반부 동우진(대회장 전주시장상) △판소리 일반부 김승국(〃) △시조부 최한규(㈜문화방송사장상) △무용 전공부 이가원(대회장 전주시장상) △고법 일반부 천선우(전북도지사상) △궁도부 박병수(〃).
◆제43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전국대회 △판소리부 김현서(교육부장관상) △농악부 국립전통예술중학교(대상문화재단이사장상) △관악부 서수연(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현악부 김태연(〃) △무용부 김연진(〃) △고법부 이준우(〃) △민요부 박세인(전북도지사상) △가야금병창부 김은채(〃) △시조 초등부 이로하(전북도교육감상) △판소리초등부(고학년) 임사랑(〃) △판소리초등부(저학년)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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