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퇴임한 이후 금융감독원을 이끌고 있는 이세훈(사진) 금감원장 대행이 임직원들에게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행은 9일 오전 임원회의를 열고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금융 여건을 점검한 뒤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내수 부진으로 소상공인의 채무 부담이 가중되고,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지연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자금 공급의 선순환 구조 복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중 유휴자금이 안정적인 예대마진 중심의 부동산 금융에만 몰리지 않도록 자본시장과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행은 이어 해외 주요국 대비 저평가된 국내 자본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다. 이는 △미국 4.8배 △인도 4.0배 △대만 2.6배 △일본 1.5배 △중국 1.5배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대행은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도 여전히 주요국 대비 저평가 상태”라며 “우량·비우량 기업 간 자금조달 여건 양극화도 심화해 자본시장 활력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행은 금융당국이 경기회복과 시장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임 원장 임명 때까지 공백이 없도록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에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 달라”며 “정부의 금융정책 공약 이행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행의 메시지는 새 정부에서 계획된 금감원의 각종 조직개편을 앞두고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잡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재명정부는 금감원 내부의 금융소비자보호처 신설과 금융위원회와의 감독기능 통합 등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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