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더쿵! 덩더쿵!”
7일 오전 충북 제천시 금성면 구룡2리에 위치한 금성초등학교에 들어서자 교실에서 장구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초등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교생이 참여하는 국악관현악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국악단을 만든 계기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이 초등학교는 한 때 전교생이 1000여명에 육박할 정도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농현상에다 저출생과 인구감소 영향까지 겹치면서 학생이 줄어 현재 전체 학생수는 20명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6학년 학생 5명이 졸업하고 입학예정인 유치원생 1명이 입학하는 내년에는 전교생 16명의 초미니 학교가 된다는 점이다.
193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올해 개교 95주년을 맞았다. 5년만 지나면 개교 100주년을 맞지만 지금 추세라면 학교가 지속적으로 운영될지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문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폐교되는 거 아니냐”라는 우려의 목소리 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부임한 최병일 교장이 국악관현악단을 운영해 폐교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개교 100주년을 멋지게 기념해 보자고 제안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 교장은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학교가 폐교 위기에 놓인 것을 그냥 바라볼 수 만 없었다”며 “전교생이 힘을 합쳐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국악관현악단이라는 특성화 교육으로 돌파구를 찾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남사당놀이 이수자로 지난 20여년 동안 국악관현악단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최 교장이 가르친 제자 가운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연주자가 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학교 국악관현악단은 지난해 겨울방학 처음 국악캠프을 시작으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중이다. 전교생 20명 모두 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최 교장은 “전국에서 전교생이 참여하고 있는 국악관현악단은 우리학교가 최초일 것”이라며 “20명 밖에 안 되는 학생수에 1학년 학생까지 국악기를 배우고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 및 재학생들로 구성된 강사진으로부터 가야금, 해금, 피리, 대금, 타악기 등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수요일은 수업이 끝난 후 한 곳에 모여 최 교장의 지휘로 합주연습을 하고 있다.
저학년 학생들이 악보를 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참자가 없을 정도로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태평소를 배우고 있는 6학년 이후성 학생은 “악보를 보면서 연주하는게 중독성이 있고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초등학교때 국악기를 배운 것이 인연이 돼 대학 국악과에 진학하거나 사적인 자리에서 멋지게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는 것을 많이 봤다”며 “지금 학생들은 국악관현악단의 경험이 평생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활역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교장은 전교생이 참여하는 국악관현악단이 널리 알려져 인근 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악기를 배우기위해 전학을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제천시내 아파트 밀집지역까지 통학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공동학구로 지정돼 있어 학부모들만 결정하면 학생유치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학생들은 5년 뒤 열리는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서 멋지게 공연을 하는 게 작은 소망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2학년인 김윤서 학생은 “할아버지와 아빠가 졸업한 우리 학교가 없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악기를 배울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이 학교 국악관현악단은 10월 마지막주에 창단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사물놀이 협주곡인 ‘신모둠’ 등을 멋지게 연주해 학교살리기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창열 총동문회장은 “후배들이 관현악단을 구성해 학교 살리기에 나선 것이 무척 대견스럽다”며 “창단 연주회를 통해 전학생들이 많이 올 수 있도록 동문회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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