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탈퇴… 조기총선 불가피해져
獨 법원 “국경서 난민 추방 위법”
메르츠 총리 역점과제 수정할 듯
국경 빗장을 걸어 잠그려던 유럽 이민 정책이 정치적, 법적 걸림돌에 가로막히고 있다. 네덜란드 연립정부는 직전 정부에 이어 또다시 이민정책 문제로 붕괴했고, 독일 새 정부는 핵심 공약이던 불법이민자 즉각 추방 정책이 법원의 벽에 부딪히면서 첫 시험대에 올랐다.
극우 성향의 자유당(PVV)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의 난민 정책에 대한 서명은 없다. 연정 협정엔 어떤 변화도 없다. 자유당은 연정을 떠난다”고 밝히며 당의 연정 탈퇴를 공식화했다. 자유당 소속 내각 장관들도 전원 사임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앞서 지난주 연정 파트너인 다른 세 정당에 이민 감축을 위한 포괄적 계획을 담은 이른바 ‘10가지 계획’에 동의하라고 최후통첩했으나 호응하지 않자 이날 연정 탈퇴를 결정했다. 이 계획은 군을 동원해 국경을 봉쇄하며 망명 신청서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물론, 난민들이 해외에 있는 가족들과 재결합하는 것도 금지하는 강경책으로 구성돼 있다. 법조계에선 그의 계획이 유럽 인권법과 네덜란드가 가입한 유엔 난민협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해 왔다.
빌더르스 대표는 2023년 11월 총선에서 ‘역사상 가장 엄격한 이민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끝내 이를 채택시키지 못한 채 연정 수립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선거전을 펼치게 됐다. 제1당인 PVV(37석)의 탈퇴로 연정이 차지한 88석 중 51석만 남게 돼 안정적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조기 총선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민정책 갈등으로 네덜란드 정부가 붕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인 마르크 뤼터 전 총리가 이끈 직전 연정 역시 이민정책 갈등으로 와해했다. 분극화된 네덜란드 정치 지형 특성을 고려하면 조기 총선이 실시되더라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출범 직후부터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펼쳐온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행정부의 이민 정책도 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베를린 행정법원은 전날 폴란드로 추방된 소말리아 국적 난민 3명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국경에서 검문을 통해 난민을 돌려보내는 조치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유럽 난민협정인 더블린 조약에 따라 이민자의 망명 신청을 어느 나라에서 맡을지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메르츠 총리가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추진해온 ‘국경 즉시 추방’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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