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에살며] ‘진짜 친구’가 되어줄 순 없나요

관련이슈 한국에 살며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6-04 23:05:57 수정 : 2025-06-04 23:05:56

인쇄 메일 url 공유 - +

두 달 전, 나는 튀르키예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국과 한국에 거주하는 튀르키예 사람들이 체감하는 한국 사이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때는 주로 문화, 교육, 직장생활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차이에 대해 말했는데, 그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 오늘 좀 더 말해보기로 했다.

한국에서의 일상은 단지 시스템이나 구조만이 아니라, 날씨, 외국인에 대한 시선, 인간관계 등 작고 사소한 순간들에서부터 새로운 인식을 하게 했다. 이런 순간들은 모두 나에게 또 하나의 문화 수업이 되었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한국은 드라마나 영화 속 장면처럼 벚꽃과 단풍이 아름다운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나 역시 한국에 오기 전에 이런 낭만적인 풍경을 기대했고 실제로 벚꽃과 단풍 시즌의 한국은 참 아름다웠다.

하지만 봄철의 미세먼지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 미세먼지로 인해 아름다운 꽃들을 마음껏 즐기기 어렵게 만들었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니 봄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여름철 장마와 높은 습도도 마찬가지다. 튀르키예에는 장마가 없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폭우나 긴 장마는 나의 외출이나 야외 활동을 꺼리게 만든다. 여름이면 밝은 햇살에 익숙한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장마철의 분위기는 우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외국인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도 간극이 존재한다. 많은 튀르키예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따뜻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튀르키예군의 6·25전쟁 참전 역사 덕분에 한국인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의적인 반응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리감이나 차별을 느낀 적도 없지 않다. 한국어를 웬만큼 잘해서 한국인들의 선입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 번은 몽골 친구와 함께 원룸을 구하러 부동산에 갔는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외국인한테는 집을 빌려주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한 적이 있었다. 대화를 해 볼 기회도 없이 외모만으로 판단받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물론 그 직원에게도 좋지 않은 과거 경험이 있었을 수 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거부당하는 것은 부당하게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정 많은 한국 사회’는 외국인들에게 환대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한국 생활이 7년 가까이 되었지만, 나에게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한국인 친구는 아직 없다. 물론 인사하거나 가끔 만나는 한국 친구들은 있지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진짜 친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은 다른 튀르키예 친구들에게서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외로움과 배제감으로 인해 한국을 떠난 이들도 있다.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외국인에게 따뜻하고 매력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예상치 못한 도전과 긴 적응 시간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때 한국은 더 매력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