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대한텔레콤 주가오류 시인
주당 100원서 1000원으로 정정
최측 “재산분할 영향… 심각한 오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판결 후 ‘오류’를 바로잡은 것을 두고 대법원이 심리를 이어간다. 2심 재판부는 단순 계산 잘못이라 결론이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 등에 영향을 미친 ‘심각한 오류’라는 입장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심리 중인 2심 판결문 경정(수정)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 심리불속행 기간이 26일로 도과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사건 접수 이후 4개월 이내 추가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본안 소송은 이와 별도로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서 심리 중인데, 이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한은 11월8일이다. 경정 결정에 대한 대법원 심리가 이뤄지게 된 만큼, 이혼 본안 소송도 심리불속행 결정 없이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6월18일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판결에 대한 경정 결정을 내렸다. 항소심 선고(5월30일)가 나온지 19일 만이었다.
재판부가 수정한 내용은 1998년 5월 최 회장이 가진 대한텔레콤(SK C&C 전신)의 주당 가격에 대한 부분이다. 이때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하기 직전 시점으로, 부자(최종현·최태원)가 회사의 주식 가치 상승에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지는 기준점이 됐다.
당초 재판부는 이 시점 주당 가격을 ‘100원’이라고 했다가 전날 계산 오류를 시인하며 ‘1000원’으로 정정했다. 선대회장 사망 당시 주식 가액이 10배가 높게 계산된 만큼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커지고 최 회장의 기여는 작아지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1994년의 주식 가치는 중간단계에 불과해 이 부분에서 발생한 오류는 결론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판결문 경정이 단순 오기나 계산 착오 정정이 아닌 판결의 실질적인 내용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한다. 계산 오류를 통해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이 결정됐으니 새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는 이혼 본안 소송과 이번 경정 사건이 함께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경정이든 본안이든 재산분할 등 쟁점이 많은 사건이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경정 사건이 본안과 같이 선고되거나 본안 사건을 보고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