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2000여명을 파병하기로 결정하고 병력 이동에 착수한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이 파악했다. 북한이 파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11군단은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작전군 예하 정예부대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추가 제재 고려 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북한군 수천 명이 내달부터 러시아 본토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 특수부대 1만2000명 러시아로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면서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미 1500명이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을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다.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으로 국정원은 예상했다.
정보소식통은 “북한이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위 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000여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현재 극동지역에 분산돼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다. 이들은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으며, 북한인과 용모가 유사한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으로 위장한 가짜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도 내달 북한군의 투입을 예상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군사매체 더워존(TWZ)에 “그들은 11월 1일에 준비될 것”이라며 선발대 2600명이 내달 쿠르스크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북한군 보병 1만1000명이 훈련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나머지 병력이 어디에 투입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폭풍군단’ 파병… 북, 대규모 파병 처음
러시아에 파병될 예정인 북한의 11군단은 우리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성격은 비슷하나 규모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군단 예하부대로는 ‘번개’로 불리는 경보병여단과 ‘우뢰’로 불리는 항공육전단, ‘벼락’으로 불리는 저격여단 등 10개 여단이 있다. 전체 병력 규모는 4만∼8만명으로 추정된다.
평안남도 덕천시에 주둔한 것으로 진해진 폭풍군단은 특수 8군단을 모체로 창설된 최정예 특수부대다. 특수 8군단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건을 일으킨 124부대를 중심으로 1969년에 창설됐다. 북한은 1983년 이 부대를 경보교도지도국으로 개편하면서 다른 특수부대들을 통합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개편해 폭풍군단을 창설했다.
지난해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폭풍군단의 군기가 이 부대의 훈련 장면 영상과 함께 공개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옆에 폭풍군단의 군기가 도열한 모습이 포착됐고, 북한 매체들은 이 부대를 ‘특수작전군종대’라고 불렀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12월에는 북·중 국경 봉쇄를 위해 폭풍군단이 투입됐다가 양강도 포태리에서 국경경비대 군인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과 이달 2일 파병에 앞서 폭풍군단으로 추정되는 특수부대를 두 차례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과거 베트남이나 중동에 전투기 조종사나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지상군을 외국에 파병하는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베트남전쟁(1955∼1975년) 때 전투기 조종사와 심리전 부대를 파견한 바 있다. 제4차 중동전쟁 때는 이집트에 전투기 조종사를 보냈다. 이 밖에도 리비아와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등 중동 및 아프리카에 수십명 규모로 군사고문단이나 군사교관을 파병해왔다.
◆EU·나토 예의주시…“한국과 협력”
유럽연합(EU)은 북한이 대규모 파병을 결정했다는 우리 정부 발표에 “확인 시 추가 EU 제재 고려 등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피터 스타노 EU 외교안보담당 대변인은 이날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북러 간 군사적 관계가 중대하게 강화됨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동맹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전쟁을 격화하는 쪽이 러시아라는 사실을 또다시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스타노 대변인은 “북한같은 나라에 의존하는 건 러시아의 실제 취약성을 반영한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불법 전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소식이 알려지자 “특히 한국 등 모든 파트너국과 긴밀히 접촉 중”이라며 “(파병 관련) 모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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