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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와 공생·상생하는 기생충… 그들의 생존전략은

입력 : 2024-10-19 06:00:00 수정 : 2024-10-17 20: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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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세상을 구할 기생충/ 스콧 L. 가드너·주디 다이아몬드·가버 라츠/ 브렌다 리 그림/ 김주희 옮김/ 코쿤북스/ 1만9000원

 

기생충은 긍정적인 단어로 묘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흡혈귀, 무임승차자, 약탈자, 아첨꾼, 식충이 등 최악의 집단으로 여겨진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들은 처음에 아이를 가르치고 가사를 도맡고 운전해주며 부유한 가족을 돕는다. 결국 숙주인 부유한 가족이 주인공들의 도움에 의존하게 되고, 그 후 이들의 관계가 독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듯 숙주에게 해만 되는 듯 보이는 기생충을 왜 알아야 할까.

기생(寄生)은 숙주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의 관계는 공생(共生) 혹은 상생(相生)인 경우가 많다. 특히 ‘숙주―기생충’ 관계에서 중요한 요점은 숙주와 기생충이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숙주가 죽으면 대개 기생충도 죽는다. 따라서 기생충은 어떻게든 숙주를 살려 놓아야만 한다.

스콧 L. 가드너·주디 다이아몬드·가버 라츠/ 브렌다 리 그림/ 김주희 옮김/ 코쿤북스/ 1만9000원

기생충이 숙주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기생충은 환경 조건이 변화하는 혼란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 숙주가 적응하도록 돕는다. 숙주의 면역계를 자극해 낯선 미생물을 물리치거나, 숙주가 섭취한 낯선 먹이가 에너지로 전환되도록 돕는 등 숙주의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구상 모든 자연 생태계에서, 생물 군집이 더불어 사는 방법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로 기생충을 꼽는 건 이 때문이다.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는 눈에 보이는 생물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생충 종들 역시 빠르게 멸종시키고 있다. 오늘날 수많은 기생충 종들이 채 식별되기도 전에 사라지고 있는데, 저자들은 이것을 “책 제목과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서관에 불이 난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더불어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생존 전략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자연은 기생충으로 그득하다. 이것이 지구 생태계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개체 수와 성공적인 생활 방식을 자랑하는 기생충에게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한 이유다.

“기생충이 전 세계 인류 공동체에 남긴 골칫거리와 충격적인 피해 실태를 검토한다. 그런 다음 기생충이 생명의 나무 전반에 어떻게 흩어져 있는지 살펴보고, 선충류와 편형동물류와 구두충류를 깊이 있게 다룬다. 마지막으로 기생충학자가 기생충 종의 기원과 다양성을 암시하는 단서를 찾기 위해 어떤 연구를 수행하는지 살펴본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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