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자회사 2곳에 네트워크 관리·인력 이관 계획
KT노사, 극적 합의했지만…“사실상 구조조정” 비판
“인프라 관리 역량 악화시 통신 대란 올까” 우려도
KT가 양대 노동조합의 반발을 불러온 인력 재배치안을 일부 수정해 제1노동조합과 합의했다. 다만 업무 재배치 인력에 해당하는 직원들의 비판이 거세 당분간 노사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통신 대란’ 우려도 나오며 KT 내외부로 내홍이 격화될 전망이다.
17일 KT노조들에 따르면, 김인관 KT노조(제1노조)위원장은 전날 김영섭 KT 대표를 만나 근로자가 전출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상응하는 대우를 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KT는 회사의 대규모 인력 재배치 계획을 일부 수정하고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사는 근속 10년 이상 자회사 전출자에게 KT에서 받던 기본급의 70%, 전직 지원금 20%를 주려던 계획에서 전직 지원금 30%로 상향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또 자회사 전출자가 받는 복지 혜택을 KT 본사와 유사한 조건으로 유지하는 안과 촉탁직 직원 근무를 기존 2년에서 3년 보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특별희망퇴직금도 당초 계획한 규모에서 확대해 직원당 최대 1억 원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전출 또는 희망퇴직 목표 인원수도 문건에서 삭제했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 15일 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AICT) 회사로 체질 개선에 나서기 위해 대규모 인력 재배치를 단행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KT는 선로 통신시설 설계와 고객전송 업무를 맡는 자회사 KT OSP와 국사 내 전원시설을 설계·유지 보수하는 자회사 KT P&M을 신설하고,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3780명을 본사에서 전출시킬 계획이었다. 분사와 희망퇴직 등을 포함한 총 인력 조정 규모는 KT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57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측은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인력 감축이 아니라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 및 인력의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고용 안정성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해 직원 선택 기반의 직무와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와 보상 및 고용연장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노조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KT노조 간부 300여 명은 어제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사의 인력구조 혁신 방안은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며 사측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철야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 만에 노사 합의가 이뤄진 데 대해 ‘졸속 합의’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호계 KT새노조(제2노조) 사무국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사는 적자를 봐서 정리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람을 내보내려 하고 있는데 이는 KT가 관리하는 통신관로나 네트워크 업무 등을 봤을 때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구조조정 계획이 결국 노사 합의라는 명분으로 통과됐다”며 “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이사회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력 재배치안에 따른 전출 또는 희망퇴직 신청 인원이 회사 당초 목표치의 5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KT의 대규모 인력 조정이 인프라 관리 역량 악화로 이어지면 2018년 아현지사 지하에서 발생한 통신구 화재와 같은 통신 대란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김영섭 KT 대표를 불러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 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바뀌자마자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들고 나왔다”면서 “구조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과거 아현사태와 같은 통신 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는 만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감축하려는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를 KT가 맡지 않고 자회사 또는 외주화하는 것이 적절한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 경영은 불법 경영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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