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가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정 후보는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물러난 조희연 전 교육감의 잔여 임기 1년 8개월을 채우게 된다. 정 후보가 ‘조희연 정신 계승’을 내걸었던 만큼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 기존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못지않게 관심을 모았던 투표율은 고작 23.5%에 그쳤다.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2008년 선거 이래 서울시교육감 선거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투표율이 이리 저조한데 서울 교육수장의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교육감 선거는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한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다. 교육의 정치 중립을 내건 탓에 투표용지에 정당 이름이나 기호도 없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교육열을 보이면서도 정작 교육감 선거에는 무관심한 게 현실이다. 서울시교육감의 거듭된 위법 논란과 후보자 간 정쟁이 시민 피로도를 키워서 일게다.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의 외면 속에 치러지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더 심각하다는 비판을 샀다. 언제까지 이런 깜깜이·무관심 선거를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문제는 선거를 거듭할수록 학생과 학부모 등을 위한 교육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저급한 진영 대결로 변질되고 있는 점이다. 이번에도 정 후보는 “친일 교육 심판”, 조 후보는 “좌파 교육 척결” 등 이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책 토론회에서는 교육 정책이 아니라 재산과 가족문제, 학창시절 폭력 의혹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오죽하면 교육계에서 ‘역대급 아수라장’이라는 표현이 나왔겠나. 이런 ‘막장 선거’에 560억원의 혈세를 써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매번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언제까지 지켜만 볼 건가.
서울시교육감은 연간 12조원의 예산, 교원 등 5만명의 인사권을 가진 막중한 자리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뽑아선 안 된다. 최근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서울 교원 464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3명이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 혹은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로 하거나 교육위원회 선출제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는 교육감 선출 개선 논의에 착수해 2026년 지방선거에선 지금과 달라진 제도로 뽑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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