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조종’ 혐의 김범수 공판 첫 발언… “불법 승인한 적 없어 억울”

억울함 호소한 김범수 vs 구속 유지 주장 검찰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를 재차 부인하며 보석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16일 열린 2차 공판과 보석 심문에서 처음으로 직접 발언하며 “불법을 승인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의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보석 심문 과정에서 “사업을 하면서 수백 번 넘게 회의에 참여했지만 불법이나 위법한 것을 승인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계속 ‘카카오’를 언급하며 내가 하지 않은 수많은 일을 얘기해 답답하다”며 “억울한 상황을 참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뉴스1

앞서 김 위원장은 구속된 지 80일 만인 지난 10일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1차 공판 때처럼 이날도 수의 대신 푸른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보석 심문에서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구속 장기화로 인한 카카오와 국내 IT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변호인은 “김 위원장은 인공지능 분야와 같은 미래산업 분야에 열중하고 있다”며 “구속이 장기화돼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골든 타임을 놓치면 카카오뿐 아니라 대한민국 IT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증거인멸과 증인 회유 우려를 들어 구속 유지를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카카오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라며 “핵심 증인 신문 과정에서라도 구속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인들이 대부분 카카오 그룹의 임직원들인데, 피고인이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으면 그들에게 진술 회유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보석 심문 결과는 이날 늦은 밤이나 다음 날 새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차 공판에서도 김 위원장이 지난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지시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평화적으로 이제 (SM 경영권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비밀리에 SM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동의·지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강하게 반박했다. 변호인은 “‘브라이언(김범수)이 선비라서 싫다고 했다’”는 카카오 내부 대화 내용을 인용하며, 김 위원장이 오히려 적대적 인수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선비’라는 표현은 김 위원장이 공격적인 경영 방식을 꺼리는 성향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또한 “‘평화적으로'라는 말을 전면에 나서지 말고 은밀하게 가져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는 하이브와의 전면전을 피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미였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주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16∼17일과 27∼28일 사이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식을 총 553회에 걸쳐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보고 있으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이 총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매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10월30일에 서증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2시간여 동안 서증조사를 진행하고 변호인 측에도 반박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예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