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입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며 “주권 침해이자 내정간섭”이라고 꼬집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의 이러한 행동은 북한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독립 국가의 합법적인 국가·정치 체계를 파괴하고 자주적으로 발전할 권리를 박탈하기 위한 내정간섭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평양을 포함한 북한 영토에 남한 무인기가 전단을 살포했다는 북한발 보도가 있었다면서 “최근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남한 당국은 북한의 경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무모한 도발 행동으로 한반도 상황을 악화하고 실제 무력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기초한 것을 포함해 한반도에서 위험이 심화하는 걸 막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중대 성명’을 통해 한국이 지난 3·9·10일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최후통첩으로 엄중히 경고한다”고 위협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배경에 취약한 체제 내부를 결집하고 주민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대립하면서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의 주장을 토대로 한국 정부에 비판 메시지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한편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이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비준에 관한 법안을 이날 하원(국가두마)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타스 통신은 하원 데이터베이스에 게시된 이 문서에 “2024년 6월19일 평양에서 체결된 러시아 연방과 북한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비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북한을 국빈 방문했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이후 이 조약을 체결했다. 해당 조약에는 쌍방 중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쪽이 군사 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북러가 군사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끌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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