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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2022년 들어서만 10만여명… ‘춘향의 고장’ 새 명소로

입력 : 2022-11-24 01:00:00 수정 : 2022-11-23 18: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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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 개관 5주년… ‘한국관광 100선’ 선정

지역 출신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
미술작품 440여점 기증 계기 건립
생명의 존엄성 표현 작가로 유명
건물, 세계적 건축가 안도가 설계

개관 5주년 기념 특별전시회 진행
김 화백의 40여년 회화세계 망라
2023년 10월까지 총 4부에 걸쳐 전시
‘상선약수’ 등 수묵화 위주 2부 개막

‘전통의 고장에서 색다르게 만날 수 있는 현대적인 미술관.’

전북 남원시에 자리한 시립김병종미술관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들러봐야 할 대표적 명소가 됐다. 미술관 개관은 올해로 5년째이지만, 관람객은 올해 들어서만 10만여명, 누계 28만명이 넘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실상 2년 이상 휴관에 가까운 상황이었고, 인구도 8만명이 안 되는 도시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미술관으로는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김병종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발표하는 ‘2021∼2022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됐다.

김병종미술관 전경

◆김병종 화백 작품 400여점 기증해 탄생한 박물관

김병종미술관은 남원시가 국내외 화단에서 이름을 알려온 김병종(69) 화백이 그의 미술 작품 441점과 시화집 등 자료 5000여점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국비 등 43억원을 들여 2018년 3월 건립, 개관했다. 남원 대표 관광지인 춘향테마파크 너머 호남 좌도농악으로 유명한 함파우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있다. 직경 600㎜ 대형 망원경을 갖춰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남원항공우주천문대와 6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광한루원, 장인의 숨결이 깃든 전통한옥 숙박단지인 ‘예촌’ 등과 걸어서 10∼20분 거리다.

김 화백은 이 지역 송동면 출신으로 지난 40여년간 서울대 미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가 미술관이 개관한 해 정년퇴직했으며, 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가천대 석좌교수로 있다. 국내외에서 30여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화첩기행’ 등 시화집 30여권을 냈다. 피악·바젤·시카고 국제아트페어와 광주·베이징 비엔날레에도 참여했다. 그의 작품 일부는 현재 영국 대영박물관, 캐나다 로열 온타리오 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김 화백은 생명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가로서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연작을 통해 국내외에 이름을 알려왔다. 1982년 아랍미술회관에서 연 첫 전시 ‘4인전’ 이후 40년 동안 세련된 현대미 속에 한국적인 여운과 정서가 관통하면서 주제 면에서 몇 번의 큰 변화를 작품 속에 투영해왔다. 그의 작품은 동아시아 철학의 정신성으로 무장한 부분이 많다.

동아시아 정신에 입각한 그의 ‘생명의 노래’ 시리즈는 ‘생명’을 바탕으로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듯 자유롭게 한국적 미학을 표현해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문화평론가 이어령(1934∼2022)은 생전에 김 화백에 대해 “날치가 물을 차고 오르듯 힘찬 붓질과 아름다운 색채로 생명의 시를 쓰는 화가”라고 평했다.

김병종미술관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도회적인 건축물로 매우 심플하면서도 개성이 넘쳐 한 폭의 미술품처럼 느껴질 정도여서 건축 전공자와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김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 유명 화가와 지역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알차게 만날 수 있다.

‘화홍산수‘

◆40여년 일군 회화세계 총망라한 첫 특별전

남원시는 김병종미술관 개관 5주년을 맞아 야심 찬 기획을 했다. ‘김병종 40년, 붓은 잠들지 않는다’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다. 김 화백이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화폭에 펼쳐온 회화세계를 총망라한 작품을 내년 10월까지 총 4부에 걸쳐 전시하는 자리다. 전시작 수만 해도 200여점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다.

1부 전시는 지난 9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열어 1만7000여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 1990년부터 약 10년씩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발표한 ‘화홍산수(花紅山水)’, ‘송화분분(松花紛紛)’, ‘풍죽(風竹)’ 연작 중 대표작들을 선보였다. 모두 ‘생명’이라는 주제 아래 탄생한 연작으로 생명의 귀함, 생명으로부터 받는 위로, 생명에 대한 예찬을 노래한 작품이다. 김 화백은 평소 생명을 주제로 한 작업에 대해 “생득적이었다”면서 “풍부한 자연 속에서 성장했던 것을 토대로, 원초적인 자연과 생명에 대한 어떤 목마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품 세계관을 밝혔다.

제2부 전시는 23일 개막해 내년 2월26일까지 지속한다. 작품 ‘바보 예수’, ‘상선약수(上善若水)’, ‘어락(魚樂)’ 등은 1부 전시와 확 달라진 분위기를 발산해 더욱 눈길을 끈다. 1부가 빨간 꽃과 노란 송홧가루, 파란 댓잎 등의 색잔치였다면, 2부는 검은 먹이 모든 전시실을 무겁게 압도하고 있다. ‘바보 예수’는 “바보로 보일 만큼 착하기만 한 예수”를 수묵화로 그려낸 작품이다. 발표 당시 “신성모독”, “뜬금없는 동양화”라는 비난과 함께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선 걸작”이란 평가가 따르는 등 여러 이슈를 낳기도 했다.

‘상선약수’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뜻을 지닌 작품 ‘상선약수’는 도덕경의 명구를 표현하기 위해 골판지라는 독특한 화면 위에 거대한 붓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장쾌하게 내려 그렸다. 물고기의 즐거움을 표현한 작품 ‘어락’은 동양철학을 화폭에 담은 대작으로서 대자연에 도취한 장자(莊子)와 혜자(惠子) 두 도인의 유명한 문답을 내포한다.

 

◆자연소재 생명 시리즈, 내년 10월까지 잇달아

제3부 전시 ‘숲으로’는 자연을 소재로 한 생명 시리즈로 구성해 내년 3월21일부터 6월25일까지 연다. 작가의 유년기 기억을 대담한 붓질로 발현해 표현하고,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여운과 정서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김병종미술관 소장품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길이 10m 대작 ‘생명의 노래 - 숲은 잠들지 않는다’도 만날 수 있다. 제4부 ‘길 위에서 - 남미부터 북아프리카까지’는 작가가 남미·북아프리카 기행 중 깨달은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중심으로 내년 7월4일부터 10월29일까지 관객과 조우한다.

유치석 김병종미술관 관장은 “최근 영국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김 화백의 작품이 외국 컬렉터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며 “김 화백의 작품과 미술관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그의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역 파급효과도 창출할 여러 기획전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식 남원시장 “전통·첨단 어우러진 글로벌 아트 도시로 거듭날 것”

 

“21세기는 굴뚝 없는 산업, 문화와 관광의 시대입니다. 지리산권 문화시설 랜드마크로 급성장한 시립김병종미술관과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글로벌 아트 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최경식(사진) 전북 남원시장은 23일 개관 5주년을 맞이한 김병종미술관에 대해 “결코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특별한 미술관”이라고 자평하며 “향후 함파우유원지 일대를 시각예술과 자연경관을 결합한 국제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들어 1000만 관광객이 찾는 글로벌 아트 도시로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 시장은 “미술관은 최근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고 있어 춘향과 판소리 등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남원 문화자원에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킨 특별한 공간이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또 “미술관이 구축한 미술자원을 토대로 올해 착공하는 미술에듀센터와 내년도 전북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미술관 생태놀이터 조성사업 등에 박차를 가해 더 다채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원시는 민선 8기 시정 출범과 함께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도시를 새롭게 브랜딩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 미술관을 아우르는 ‘함파우아트밸리’ 사업과 춘향테마파크 리뉴얼 사업을 추진한다. 함파우아트밸리는 ‘예술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지방정원 조성, 문화의 기억 아카이브관, 옻칠과 도자를 담아낸 뮤지엄 신축 등을 담고 있다.

 

최 시장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는 남원의 풍부한 유무형의 문화자산을 디지털화할 것”이라며 “만인의총과 남원읍성 북문을 연계한 충혼과 지역 역사를 재조명하고 광한루와 요천에 빛을 활용한 문화축제를 상시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원=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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