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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 부르며 기도한 천주교 신부 “이게 패륜이라면…”

입력 : 2022-11-15 12:01:00 수정 : 2022-11-15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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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 “10.29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도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라고 한 분 한 분 이름 정성껏 불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과 시민들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드리고 있다. 뉴시스

 

김영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추모 미사를 올린 데 관해 “이게 패륜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패륜하는 기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15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가톨릭 교회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르면서 드리는 ‘호칭기도’가 있다”면서 “10.29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도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라고 한 분 한 분 이름을 정성껏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러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김 신부는 방송에서 “이름을 부르면 패륜이라고 하는데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것이 패륜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패륜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도함으로써 패륜하는 사람들의 길동무가 되는 것이 기도해야 할 사제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해 파문이 인 데 대해선 “부담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슬퍼하고 토닥여주면서 정부도, 시민도, 희생자도, 유가족도 다 함께 내일로 걸어가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닥쳐오게 될 부담이나 이런 것들은 그런 희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앞으로도 추모 미사를 드릴 계획인가’란 질문엔 “다음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모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신부는 “앞으로 이 미사를 계속 드리게 된다면 그만큼 정부나 여당이 계속해서 강제된 침묵 속에 애도하도록 만들고 또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책임자 처벌도 꼬리 자르기를 하겠다는 이야기 아니겠나”라며 “그렇다면 추모 미사의 책임은 정부나 여당에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한편, 전날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던 인터넷 매체 더 탐사와 민들레는 같은 날 오후 수정된 명단을 올리며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몇 분 이름은 성만 남기고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들은 14일 오후 희생자 명단 중 일부를 비공개 처리했다가, 15일 명단에서 11명의 이름을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들레 측은 희생자 명단을 올리게 된 배경에 대해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에게 공개해 왔으나, 이태원에서 단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 했던 정부 및 집권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면서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시민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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