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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모두 중도 표심 ‘산토끼’ 공략 시급…리스크는 없나?

입력 : 2021-12-14 07:00:00 수정 : 2021-12-13 2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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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전두환 발언’으로 단독 체제 한계 노출…尹 ‘3김 체제’ 내재한 분열 가능성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나란히 중원을 향해 힘차게 내디뎠다. 내년 대선이 여야 양자대결 구도로 전개되면서 집토끼보다는 중도 표심을 의미하는 '산토끼' 공략이 시급해지면서다.

 

두 후보는 '중도 포섭'라는 동일한 대선 전략을 꾀하고 있지만, 진지는 정반대로 구축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 중심의 '단일 체제'로 슬림한 선거대책위원회를 재편했고, 윤 후보는 김종인·김병준·김한길 '3김 체제'를 앞세운 매머드 선대위를 출범했다.

 

뉴스1에 따르면 두 선대위가 품은 리스크도 대조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일 당과 협의하지 않은 '전두환 발언'으로 단독 체제의 한계를 노출했고, 윤석열 후보는 '3김 체제'가 내재한 분열 가능성을 내년 대선까지 통제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소화한 대구·경북에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언급하며 우클릭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우호적인 호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하며 사실상 원톱의 지휘를 구축한 탓에 이 후보에 쏠린 집중도도 상당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군을 방문해 즉석연설을 하며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라며 "모든 정치인은 공과(功過)가 병존한다.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은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지만,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친 행위는 중대범죄"라며 "그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무슨 의도를 가지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큰 흐름에서 하나의 해프닝이지 크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며 이 후보를 두둔했다.

 

하지만 당내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부적절하다"며 "내용적으로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나 민주당의 기본가치에 반하고, 절차적으로도 너무 쉽게 왔다 갔다 말 바꾸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어찌 되든 아무 상관 없다는 위험한 결과 지상주의에 너무 함몰된 것이 아닌지, 지역주의를 부추기거나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촉구했다.

이 후보는 이뿐 아니라 당내 이견이 존재하는 '양도세 중과 유예'에 관해서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전날(12일) 추풍령 휴게소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년을 그냥 유예하지 말고 6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완전히 중과를 면제하고 9개월 안에 처분을 완료하면 절반만 면제, 12개월 안에 완전히 처분을 완결하면 4분의 1만 면제해주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다주택까지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박완주 정책위의장), "시세 차익을 노린 주택 투기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진성준 의원)는 신중론이 다수 의견이었다는 점에서 이 후보가 중도층 표를 고려해 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너무 앞질러 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는 앞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당과 상의하지 않고 제안했다가 정부와 야당의 반대 등에 부딪혀 물러선 바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에서는 중도층이 자기 이익에 예민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 유예와 같은 공약은 당연하다"면서도 "전두환 공과 발언은 이 후보가 '오버'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사고다.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같은 전략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정책은 수용하겠지만,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은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이 후보가 내세운 방향"이라며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나쁜 전략이 아니다"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당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나"라며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선거 전략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후보는 '실사구시' 기조로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끄는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당초 의도했던 '3김 체제'(김종인·김병준·김한길)를 완성했다. 이념과 출신을 아우르는 '공룡 선대위'를 띄워 중도층과 진보층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전날(12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새시대준비위원회 현판식에서 "국민의힘 선대위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다 포함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오로지 국민을 위한 실사구시·실용주의 선대위가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도 실사구시·실용주의 정당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실용주의·실사구시' 정신은 윤 후보가 정계에 입문한 직후 내세웠던 국민통합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등 기성 여의도 문법을 관통했던 진영 논리를 초월하는 '포용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이상향이다. 그가 당내 진통을 겪으면서도 '매머드 선대위'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후보의 구상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설문한 결과, 윤석열 후보는 42.0%를 기록해 이재명 후보(40.6%)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특히 중도층과 20대에서는 각각 44.8%, 34.7%로 이재명 후보(38.7%, 25.6%)보다 우세했다.

 

다만 '공룡 선대위'가 품고 있는 리스크는 치명적이다. 몸집을 잔뜩 불리면서 '사공이 많아졌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한 지붕 세 가족이 된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체제는 미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고, 이준석 대표가 당무 거부를 불사하며 퇴출을 요구했던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도 숨은 불씨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내부 의사결정이 통일되지 않을 때마다 '쓴소리'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정책을 개발해 공약으로 세우겠다는 부서가 너무 많다"며 "정책은 원희룡 총괄위원장이 종합해 한목소리로 나가도록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기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달라"며 "아침에 윤 후보와 논의했는데,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후보도 말했다"고 재차 당부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에 대해서도 차가운 태도를 풀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김병준 갈등설'을 묻는 질문을 받자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 내가 그런 사람하고 신경 쓰면서 역할 할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역정을 냈다.

 

그는 김한길 위원장이 조명을 받았던 12일 새시대준비위 현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김한길 위원장도 6일 중앙선대위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한길 위원장은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새시대준비위가 선대위 소속도 아니고, 제가 그 자리에 가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우회적으로 '선 긋기'를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 비해 지지율 측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현재의 '방패보병형 선대위'가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체제가 잠재하고 있는 '불협화음'이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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