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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삶과철학] 노면전차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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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25 22:47:58 수정 : 2021-11-25 22: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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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또는 트램이라고 불리는 노면전차의 딜레마는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운행 중에 고장이 난 노면전차가 본디 가던 철로로 계속 가면 거기서 작업 중인 다섯 명의 인부가 죽게 된다. 전차를 멈추게 하는 방법은 없지만 방향을 바꿀 수는 있는데, 그러면 철로에서 작업 중인 한 명의 인부가 죽게 된다. 당신이 기관사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전차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섯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90%의 사람들이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자율운행 자동차와 관련해서도 노면전차의 딜레마가 많이 거론된다. 인공지능(AI)도 도덕적인 선택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철학자들은 이 딜레마를 일반인의 도덕적 직관에 그리 튼튼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로 많이 이용한다.

다섯 명이 죽는 것보다 한 명이 죽는 것이 더 낫긴 하다. 그러나 한 명이 죽는 것은 기관사가 전차의 방향을 일부러 바꾼 경우이므로 그가 그 사람을 ‘죽인’ 것이다. 반면에 다섯 명이 죽는 것은 고장 난 기관차의 의한 사고이므로 그가 그 사람들을 ‘죽도록 내버려둔’ 것일 뿐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훨씬 나쁘다고 생각한다. 노면전차의 딜레마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이런 상식과 어긋난다.

사람들의 일관적이지 못한 직관은 이 딜레마를 변형한 사고 실험에서 더 잘 드러난다. 고장 난 기관차가 다섯 명의 인부가 일하는 쪽으로 돌진하는 것을 육교 위에서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내 옆에 있는 뚱뚱한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면 그 전차를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해도 될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 경우에는 반대한다. 방향을 바꿔 한 명을 ‘죽이는’ 것이나 뚱뚱한 사람 한 명을 ‘죽이는’ 것이나 똑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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