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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밥상 물가'…커지는 애그플레이션 우려

입력 : 2021-11-07 00:05:10 수정 : 2021-11-07 0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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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가격지수 10년만에 최고…수입 곡물가격 '껑충'
한국 곡물자급률 하락세…식량안보지수 OECD 하위권

올해 들어 식료품 가격이 크게 뛰면서 '밥상 물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코로나19 사태와 물류난, 기후위기 등으로 세계 식량가격이 강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물가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 세계 곡물가격 급등…국내 밥상물가 위협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월 대비 3.2%로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빵·곡물 가격은 6.2%, 식용유지는 8.4% 뛰었다.

주요 곡물인 밀·콩·옥수수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용유지도 마찬가지다. 식용유지는 콩기름, 참기름, 옥수수기름 등으로 일반 가정에서는 물론 마요네즈 등 가공식품 생산에도 쓰인다.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이 국내 식탁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올해 과자와 라면 가격 등이 줄줄이 오른 것도 밀가루와 팜유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1~20일 평균) 기준 t당 수입단가를 보면 밀(제분용)은 344달러로 1년 사이에 19.9%, 콩(채유용)은 618달러로 58.1%, 옥수수(식용)는 359달러로 83.2% 뛰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9월 수입물가 가운데 농림수산품은 전달보다 0.9%, 작년 같은 달보다 24.9% 올랐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 곡물가격이 10%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를 0.39%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곡물 수급과 가격 안정이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3.2포인트로 전달보다 3.0%. 1년 전보다 31.3% 오르며 2011년 7월(133.2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했다.

FAO는 24개 식량품목의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해 5개 품목군(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달 발표한다.

이 중 10월 곡물가격지수는 137.1포인트로 한 달 사이에 3.2% 올랐다. 유지류가격지수는 9.6% 상승한 184.8포인트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에 따라 곡물 등 농산물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1~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4.0포인트로 지구촌 곳곳에서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한 2008년(117.5포인트), 2011년(131.9포인트) 수준을 넘었거나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곡물 파동 때와 비교할 때 세계 곡물 재고량이 아직은 충분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수요 회복에 글로벌 공급망 혼란 사태까지 겹쳐 곡물 가격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4분기 곡물 수입단가(전 분기 대비)가 식용은 9.9%, 사료용은 5.9%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상승기에 구매한 물량 반입, 해상운임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따른 것이다.

◇ 낮은 곡물자급률로 가격 변동에 민감…"생산·비축 확대 필요"

문제는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낮아 국제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이는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위험 요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내놓은 '곡물 수급 안정 사업·정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2015~2019년) 쌀 자급률은 92~105%로 높지만 밀·콩·옥수수 등 다른 식량작물의 자급률은 0.5~9.4%로 낮고 매년 하락하고 있다.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1990년 43.1%에서 2019년 21.0%로, 식량자급률(사료용 제외한 식용 기준)은 70.3%에서 45.8%로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으로. 밀·콩·옥수수가 곡물 수입의 95%를 차지한다.

재고율의 경우 밀 12.8%, 콩 8.6%, 옥수수 7.4%로 모두 FAO 권장재고율 18.0%에 크게 못 미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식량안보지수 평가 결과를 인용해 2012~2020년 우리나라의 점수는 71.2~73.2점(100점 만점)으로 조사 대상 113개국 중 25~29위에 올라 비교적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0위 내 국가 대부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OECD에서 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변재연 예산분석관은 곡물 수급 안정을 위해 ▲ 주력 소비품목의 명확한 설정과 생산 확대 정책 추진 ▲ 국제협력 증진, 수입국·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한 곡물 수입 안정화 ▲ FAO 권장 기준에 따른 적정 비축량 관리 등을 주문했다.

김종인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품가격 상승으로 취약계층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최근 쌀, 콩, 밀을 중심으로 비축 물량 확대 계획을 밝혔는데 국산 농산물 비축을 늘려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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