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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유엔 연설 한달만에… 종전선언, 韓의 동상이몽이었나

입력 : 2021-10-28 06:00:00 수정 : 2021-10-28 04: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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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선 등 변수 고려… 美, 종전선언 ‘변화’보단 ‘관리’에 무게

美, 종전선언 추진 사실상 제동
남북 대화 이뤄지지 않은 상황서
北의 호응 없인 실현 가능성 낮아
최근 SLBM 발사 등 도발도 지속
유엔사 등 법적 지위 변화 우려도
중국 포함한 4자간 협의도 부담
26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6일(현지시간) 대북정책을 두고 한국과 미국 간 ‘다른 관점’을 언급한 것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국 정부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 간 ‘문안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등 발언이 나오는 상황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리번 보좌관이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며 언급한 ‘정확한 순서와 시기, 또는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보름 전인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협의를 가진 설리번 보좌관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간 인식차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당시 서 실장은 종전선언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고, 한·미 양국이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이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간 입장차를 밝힌 건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이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미국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북한은 미국의 계속된 ‘조건 없는 대화’ 요구와 인도적 지원 제안 등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남북 간 대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호응이 필수인 종전선언의 실현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것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미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건 아이러니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북한은 최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포함해 계속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미 의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며 “북한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워싱턴 소식통 역시 “중국과 북한 문제에서는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지만 종전선언의 경우 현재로선 공화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오미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설리번 보좌관의 종전선언에 대한 발언에 대해 “내년 (한국) 대선과 같은 주요 변수들을 다각도로 신중하게 고려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정부 임기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과 같은 ‘변화’보다는 상황의 ‘관리’쪽에 무게를 뒀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전선언의 법적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는 입장이나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법률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으로 주한미군이나 유엔군사령부의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친한파로 분류되는 톰 스워지 민주당 하원의원과 만나 “종전선언에도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종전선언이 남북 또는 한·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도 포함된 4자간 협의까지 전제로 두고 있다는 점도 중국과 각을 세우는 미국으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전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SLBM 발사와 북한과 중국 간의 군사력 증강을 묻는 질문에 이례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커비 대변인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영향력이 한반도 비핵화를 성취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며 “중국은 대북 제재에 있어 힘을 모으거나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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