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년 만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면서 대남·대미 ‘무력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수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19일 신형잠수함발사탄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국방과학원은 5년 전 첫 잠수함발사전략탄도탄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공화국의 군사적 강세를 시위한 ‘8.24영웅함’에서 또다시 새형의 잠수함발사탄도탄을 성공시킨 자랑과 영광을 안고 당 중앙에 충성의 보고를 드렸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잠수함은 북한이 지난 11일 국방전람회에서 공개한 ‘미니 SLBM’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를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만 네 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지난달 11일부터 12일까지 장거리 순항미사일 쐈고, 15일에는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더니 28일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8형’을, 30일에는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번 SLBM 발사로 무력시위 ‘수위’를 점차 높여가면서 향후에는 미국의 ‘레드라인’(도발 저지선)인 ICBM까지 발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간한 ‘2021 북한 군사력’ 보고서에서 북한이 향후 1년에 걸쳐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무기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추가 지하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는 21일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발사를 기점으로 북한이 ‘우주개발’ 명분을 앞세워 ICBM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긴장을 조성하는 수준을 볼 때 미 DIA 보고서가 지적한 것처럼 ICBM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한국이 나로호 발사를 하면 ‘군비경쟁 프레임’으로 엮어 위성 발사로 가장한 ICBM 시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북한이 ICBM 발사까지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ICBM 발사는 ‘레드 라인’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원유공급 중단 혹은 관광 금지와 같은 초강력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중국도 마냥 북한 편을 들어줄 입장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북한이 실리 없는 ICBM 발사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고, 미완성인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SLBM을 다시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를 마지막으로 ICBM 무력시위는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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